[한마당-염성덕] 전차군단

입력 2012-05-20 17:57

독일군 전차군단은 2차 세계대전 때 맹위를 떨쳤다. 전차군단의 핵심 전력인 타이거전차는 먼 거리에서 연합군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포를 탑재했다. 장갑이 두껍기 때문에 연합군 전차가 가까운 거리에서 공격하지 않으면 격파하기도 쉽지 않았다.

타이거전차는 1943년 첫 모습을 드러냈다. 타이거전차 1대를 파괴하려면 최소한 연합군 전차 3대를 희생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연합군 병사들은 ‘타이거전차 공포증’에 시달렸다. 심지어 연합군은 타이거전차를 만나면 후퇴하고 공군의 지원을 받으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연합군 전차를 가장 많이 파괴한 전차군단 장병으로는 미하엘 비트만 대위가 꼽힌다. 그는 연합군 전차 138대, 대전차포 132문, 각종 장갑차량 78대를 격파했다고 한다. 비트만은 노르망디에서 타이거전차 1대로 영국 7기갑사단의 선봉 전차부대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유명하다.

언론들은 독일 축구대표팀을 전차군단으로 부른다. 막강한 공격력, 철통같은 수비력, 뛰어난 기동력을 두루 갖춘 독일 축구대표팀이 연합군을 공포에 떨게 한 전차군단을 연상케 한다는 뜻이다.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히다 4강에도 들지 못하면 전차군단 앞에 ‘녹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경고 누적 등으로 최전방 공격수가 퇴장을 당하면 ‘주포 잃은’ 전차군단으로 묘사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전차군단으로 부른다. 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종을 대표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지난 2일 각각 사상 최고가인 주당 141만8000원과 27만2500원을 기록했다. 조선과 철강의 대표주인 현대중공업과 포스코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을 때에도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가 커지고, 주변 국가로 금융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이 D램의 주요 구입처를 삼성전자에서 일본 엘피다로 변경한다는 보도까지 악재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사상 최고가 대비 17.77%, 현대차는 15.96% 떨어졌다. 영업일 기준으로 12일 만에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유럽 펀드들이 ‘셀 삼성전자·현대차’에 나섰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두 업체는 산전수전 다 겪고 세계 기업 반열에 올랐다. 해외 악재를 털고 일어서기를 기대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