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 주중 美대사, 재산내역 전격 공개… “외국인은 3일만에 공개했는데 중국관리는 10년이 지나도 못해”
입력 2012-05-18 19:17
“외국 관리들은 중국 땅에서 그들의 재산을 공개하는데 우리는 뭐냐? 이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있느냐?”
게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가 17일 자신의 재산 내역을 대사관 웨이보에 전격 공개했다.
베이징시 공산당위원회 기관지인 베이징일보(北京日報)가 그의 재산 공개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일보는 자사 관방 웨이보에 한 네티즌이 지난 14일 “게리 로크가 평민으로 포장하려 하지만 헛수고”라는 글을 올리자 이러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베이징일보는 로크 대사가 검소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그 허상을 폭로하고 나아가 미국 관리도 재산 공개를 꺼려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중국 관리들이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러한 공격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크 대사의 재산 공개 이후 오히려 역풍을 맞은 꼴이 돼 중국 당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18일 오전 중국 관리들의 광범위한 부패상을 비판하는가 하면 중국 관리들의 재산 공개를 촉구하는 글들을 웨이보에 수없이 올렸다.
한 네티즌은 “로크 대사의 재산 공개는 누구의 뺨을 때리는 것이냐. 미국은 재산공개 요구에 3일 만에 했는데 중국은 10년이 지나도록 못하고 있다. 결국 스스로 자신의 뺨을 때린 꼴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난처해진 당국은 이날 오후 웨이보에 올라온 이러한 글들을 삭제 조치했다.
오전에는 웨이보에 많았던 ‘로크 재산 공개’ 관련 글들이 오후 들어 검색이 되지 않았다. 로크 대사가 공개한 자료는 월급과 재산 내역을 담고 있으며 3개의 표로 구성돼 있다. 그의 연봉은 17만9700달러로 3자녀에 대한 학비보조금 3만 달러를 포함하면 20만9700달러다. 재산 내역 표에는 235만∼812만 달러의 23개 재산 항목이 기재돼 있으며 50만∼100만 달러에 달하는 1개 항목의 부채도 올라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