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m 절벽 추락 수학여행버스 “안전벨트가 살렸다”

입력 2012-05-18 22:34


“안전벨트를 매라.”

인솔교사의 지시에 따라 관광버스에 탄 수학여행 중학생들이 일제히 안전벨트를 맸다. 몇 초 뒤 중학생·교사 41명을 태운 버스가 15m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하지만 아찔한 순간에도 안전벨트는 소중한 인명을 지키는 ‘생명줄’로 제 역할을 해냈다. 소홀하기 쉬운 안전벨트 착용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웠다.

18일 오전 11시45분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을지전망대 영농초소 인근 내리막길에서 대전 우송중학교 수학여행단 150여명과 교직원 9명을 나눠 태운 충남 금산 대길관광 소속 45인승 전세버스(운전사 조모씨·45) 1대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절벽 아래로 굴렀다. 이 버스는 전망대를 둘러보고 내려가는 버스 4대 중 ‘2호차’였다.

사고버스에는 우송중학교 2학년 2반 학생 38명과 운전기사 외에 인솔교사 이은영(40·여)씨와 안난아(35·여)씨가 함께 타고 있었다. 하지만 임모(14)군 등 3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끔찍한 추락사고에도 인명피해가 적었던 것은 대부분 학생들이 수학여행의 들뜬 기분으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있다가 교사들의 지도에 따라 안전벨트를 허리춤과 가슴에 매고 침착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앞자리에 있던 선생님이 갑자기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 같다. 안전벨트를 매라’고 소리쳐 친구들이 안전벨트를 급히 맸다”며 “선생님이 소리를 친 뒤 3∼4초 지난 뒤 버스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처박혔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 16일부터 설악산 등 강원도 일대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이날은 을지전망대를 거쳐 마지막 코스인 양구 전쟁기념관과 박수근 미술관으로 가던 길이었다. 사고 지점은 을지전망대에서 3㎞ 거리의 꺾어진 내리막길로 평소에도 사고가 잦은 곳이다.

경찰은 전세버스가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파열 등으로 속도를 늦추지 못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학교 측은 중·고 수학여행단의 경우 1995년부터 ‘경찰 호위’를 요청할 수 있지만 이를 사전에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제주시 한림읍 금능 교차로에서도 지난 10일 전북 익산 Y여중 수학여행단을 태운 전세버스가 15t 트럭과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30여명의 학생들도 인솔교사 신모(39·여)씨의 지시에 따라 안전벨트를 매 모두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우송중학교 관계자는 “사고를 당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그나마 안전벨트가 학생들을 살려냈다”고 말했다.

양구=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