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통합진보당] 강기갑 “李·金 21일까지 사퇴서 내라”-구당권 “출당 압박은 분당 시나리오”
입력 2012-05-18 19:04
통합진보당이 결국 분당 수순에 돌입했다. 신당권파 중심의 혁신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당을 통한 구당권파 청산에 착수하자, 구당권파는 별도의 당원 비대위를 앞세워 본격적인 세 대결을 벌일 태세다. 일각에서 분당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말까지 들린다.
혁신 비대위는 18일 비례대표 후보직 사퇴를 거부한 이석기, 김재연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등에 대해 오는 21일 오전 10시까지 후보자 사퇴신고서를 중앙당에 제출하라고 최후 통첩했다. 이정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구당권파) 경선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무작정 시간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이 사퇴를 계속 거부할 경우 곧바로 출당 절차를 밟을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신당권파가 이처럼 신속하게 구당권파 일소에 나선 것은 전날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조건부 지지 철회’ 카드를 던지며 혁신 비대위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당권파는 구당권파에 대한 인적 청산은 물론 종북(從北) 정책노선도 완전히 바꿔 차제에 ‘제2의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혁신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진보정치 10년 동안 구당권파의 패권주의와 종북 성향이 항상 우리의 발목을 잡아왔다”면서 “그들의 모순이 이번 사태로 완전히 드러난 만큼 진보세력 전체가 새롭게 정화되는 계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민중민주(PD)계열의 진보적 정책 지향성과 국민참여당계의 대중정당 경험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경우 구당권파에 휘둘렸던 예전 민주노동당보다 더 큰 정치적 잠재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게 신당권파의 전망이다.
반면 구당권파는 “절대 밀려서 쫓겨나가진 않겠다”며 배수진을 치는 모습이다. 이들은 중앙당 사무총국 당직자, 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및 지역위원회 사무국장 등 당원 500명 이상이 참가하는 당원 비대위를 다음주초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번 사태를 신당권파의 ‘분당 시나리오’라고 규정하고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명목으로 각 구위원회(지구당)에서 당원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구당권파가 “당이 쪼개지더라도 탈당만은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19대 총선을 거치며 당에 배정된 국고보조금 혜택과 기득권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상규(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당선자는 라디오에 나와 “이석기 당선자에 대한 출당 검토는 당이 분당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라면서 “여론몰이에 휩쓸려 비례대표 당선자를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