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풍전등화] 성장이냐, 긴축이냐… 유로존 위기 해법 놓고 격론, FT “긴축 고수 獨 메르켈 고립”

입력 2012-05-18 18:54

성장이냐, 긴축이냐.

1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미국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주요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려 유럽의 경제 위기 해법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 사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초 이란·시리아·북한·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유럽 경제 위기가 모든 것을 덮었다. 회의를 주재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회의 장소를 시카고에서 워싱턴DC 인근의 캠프 데이비드로 바꿨다. 각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감대를 찾아보자는 뜻이다.

◇메르켈 왕따?=이번 G8 정상회의에서 유로존 위기 해법으로 긴축을 고수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고립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대부분의 정상이 메르켈에게 긴축정책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의 돈줄을 쥐고 있는 메르켈은 미온적 행보를 보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바마가 메르켈에게 긴축 정책의 고통을 덜기 위해 유럽에 성장 정책을 추진하라고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17일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메르켈에게 “유럽을 구하는 데 독일의 부를 사용해 달라”고 주문할 것이라고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메르켈은 이에 대해 확실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스를 구하기 위해서는 약 1300억 유로가 필요하지만 그는 긴축조치 실행 없는 구제금융은 집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올랑드 국제무대 데뷔=지난 15일 취임한 올랑드는 이번이 국제 사회 데뷔무대다. 그는 사회당 소속으로 긴축에서 성장으로 유럽의 재정정책을 바꾸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이제 세계 정상들 사이에서도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FT는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올랑드의 정책을 지지하며 그동안 긴장된 양국 관계를 회복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올랑드는 G8회의에 앞서 백악관에서 오바마와 만나 첫 회담을 가졌다.

한편 외신들은 이번에도 각국 정상들은 유럽위기 해결을 위해 성장과 긴축, 둘 간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합의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G8·G20 등 다국적 회의체가 세계 경제위기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세계는 G0(zero)시대에 돌입했다고 규정했다. 결국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