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풍전등화] 스페인 정부 “뱅크런, 사실 아니다” 불길 차단 안간힘
입력 2012-05-18 22:29
“이번에는 스페인 차례?”
스페인 국유은행 방키아에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났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로 뱅크런 사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스페인에 쏠린다. 스페인이 금융시장에서 돈을 조달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10년물 국채 금리는 주 초 6% 이상으로 뛰면서 정부에 부담을 잔뜩 지우고 있다. 설상가상 경제마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달난 스페인 정부=스페인의 페르난도 히메네스 라토레 경제차관은 17일 엘 문도의 보도 직후 구두 개입에 나섰다. 그는 “방키아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있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스페인에서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방키아 신임 총재 호세 이그나시오 고이지골사리 총재도 “방키아 고객은 맡긴 돈의 안전성에 대해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거들었다. 증권감독기관에도 성명서가 전해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 보도했다. 덕분에 장중 30% 가까이 폭락했던 방키아 주가는 17% 선에서 하락하는 것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스페인 충격으로 세계 주식시장은 휘청거렸다. 런던의 FTSE 100 지수는 1.2% 폭락하며 6개월 내 최저로 떨어졌다. 프랑스와 독일 주식시장도 1% 이상 하락했다. 미국 증시도 하락했다.
◇무디스, “스페인 못 믿겠다”=이날 스페인 금융기관에 대해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을 한 무디스는 스페인 금융권과 정부에 대한 불신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무디스는 금융사에 대해 “잘못된 관리능력, 새로운 경기후퇴 우려, 지속되는 부동산 시장 폭락, 높은 실업률” 등으로 은행권이 부실 채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스페인 정부도 해외시장에서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금융권 부실을 관리할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스페인 마리아노 라조이 총리는 16일 “긴축 정책을 준수할 테니 유럽에서 조치를 좀 취해 달라”면서 “스페인이 금융시장에서 자본 조달이 어려워 얼어붙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1분기 경제마저 뒷걸음=스페인 경제는 정부와 가계 부문의 소비 지출 감소 탓에 1분기에 0.3%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정부는 예산 적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지출을 삭감해야 하고, 가계는 실업 때문에 지갑을 열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스페인은 4명 중 1명이 실업상태다. 그나마 몇 분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경제에 숨통을 틔워줬던 수출마저도 유로존 경제 악화로 주춤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수출은 2.2% 성장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 2년 내 최저 수준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