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 빠른 컴퓨터’ 눈앞에 보인다… 삼성전자, ‘꿈의 신소재’ 그래핀 활용 트랜지스터 개발

입력 2012-05-18 18:43


삼성전자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활용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를 개발했다. 그래핀을 활용한 트랜지스터가 완성된다면 현재보다 100배 이상 성능이 향상된 컴퓨터 개발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기존 실리콘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래핀을 활용한 트랜지스터 구조 개발에 성공한 논문이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지 온라인판 17일(현지시간)자에 게재됐다고 18일 밝혔다.

트랜지스터가 수십억 개씩 들어있는 반도체 성능을 높이려면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여 전자의 이동거리를 좁히거나 전자의 이동속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핀은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른 전자이동 속도를 갖고 있고 1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대인 실리콘보다 작아 최적의 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그래핀은 금속성을 지녀 전류를 차단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그래핀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전류를 차단할 수 있는 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트랜지스터에서는 전류의 흐름과 차단을 디지털 신호인 ‘0’과 ‘1’로 나타내는데 그래핀과 실리콘을 접합해 ‘쇼키 장벽’이라고 하는 에너지 장벽을 만들고 이 장벽의 높이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전류를 켜고 끌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디지털 신호인 ‘0’과 ‘1’을 상호 변환하는 가장 기본적인 회로인 인버터 등을 제작해 기본 연산(덧셈)이 가능토록 했다.

이번 논문은 그래핀 소자 연구의 최대 난제를 해결함으로써 향후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관련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그래핀 트랜지스터의 동작방식, 구조와 관련한 핵심 특허 9건을 확보하고 있다. 그래핀은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패널이나 태양전지, 터치스크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해 반도체 시장은 물론 신수종 사업에서도 삼성전자의 독보적 위치를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박성준 전문연구원은 “그래핀소자에 대한 연구를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골인 지점은 있는데 코스는 없는 상황에서 코스 방향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Key Word - 그래핀(graphene)

흑연에서 벗겨낸 한 겹의 탄소 원자막으로 원자들이 6각형 벌집 구조로 결합된 나노 소재.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로 주로 쓰이는 단결정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두께는 0.35나노미터(㎚), 강도는 강철의 200배에 달한다. 연필심으로 쓰이는 흑연(graphite)과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가 합쳐진 용어.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