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적 신선함 보여준 프랑스 새 내각

입력 2012-05-18 18:02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새 대통령이 발표한 각료명단을 보면 여러 면에서 선진국다운 풍모를 확인할 수 있다. 장관과 그 아래 자리인 담당장관에 이르기까지 34명의 인사를 통해 좌파 정부의 차별성과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특히 경제위기 속에서 좌·우파의 대립이 심각한 점을 감안해 성(性)과 연령, 지역별 안배를 함으로써 분열로 치닫는 프랑스 사회의 일치와 단합을 꾀했다.

여기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으로 임명된 플뢰르 펠르랭이다. 지금껏 ‘김종숙’이라는 이름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태어나자마자 친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으나 생후 6개월만에 프랑스 부모에게 입양돼 프랑스의 엘리트로 성장한 인물이다. “입양아라는 것이 장애이자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말하는 그는 출신 배경을 떠나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한 의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계로 선진국 정부의 장관이 된 첫 케이스로 기록됐다.

올랑드는 또 선거 공약대로 양성평등 정부를 실현했다. 전체 장관 34명 가운데 정확히 50%인 17명을 여성으로 채운 것이다. 각료의 반을 할당할 만큼 여성자원이 우수하고 사회적 환경도 넉넉하다는 뜻이다. 이로써 스페인, 스웨덴과 함께 남녀평등 내각에 합류하게 됐다. 다만 외교, 재무, 국방 등 핵심 직책을 남성장관에게 맡긴 점은 한계이자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겠다.

백인 일색을 벗어나 문화다양성을 존중한 점도 눈에 띈다. 프랑스령 기아나 출신인 토비라 법무장관은 2002년 급진좌파당(PRG) 간판으로 프랑스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됐던 인물이다. 여기에다 벨카셈 여성인권장관 겸 정부대변인 역시 모로코 태생의 흑인이다.

내각 인선을 마무리한 올랑드 정부는 지구촌의 기대와 우려 속에 닻을 올렸다. 정부의 첫 조치가 대통령을 비롯한 각료의 월급을 30% 줄였다는 점이 신선하다. 앞으로 10%를 웃도는 실업률과 유로존 재정위기 등 여러 난제에 사회당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