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 32년, 아물지 않는 피해자 상처

입력 2012-05-18 18:03

광주민주화 운동이 올해로 32주년을 맞았다. 30년이면 강산이 3번이나 바뀐 셈인데 국가권력이 자행한 폭력의 후유증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5·18기념재단과 5·18유족회 등에 따르면 5·18 피해자로 인정받은 뒤 자살한 사람이 42명으로 전체 400명의 10%에 달한다. 일반인들의 평균 자살률 0.03%에 비해 330배나 높은 셈이다. 5·18관련자들의 자살은 1980년대에 25명이었다가 90년대 3명으로 감소했지만 2000년대에 다시 14명으로 증가했다. 이들이 생을 마감하기까지 과정은 신산하기 그지없다. 2010년 9월 56세로 자살한 지모씨는 유서에 ‘꿈에 항상 군인들이 나타나 살 수가 없다’고 썼다. 2007년 전남·서울·경기에 거주하는 5·18 관련자 113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16.8%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5·18에 대한 과거 청산은 비교적 신속히 마무리됐다. 89년 관련자 보상법이 제정됐고, 95년 특별법이 통과돼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기소됐다. 97년에는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고, 2002년에는 민주화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으며, 5월에는 5·18묘지가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하지만 5·18 자체에 대한 명예회복과는 별개로 역사의 음지로 내몰렸던 개인의 피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발생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피해자들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니 권력을 쥔 이들은 공권력 남용이 국민들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지 태산 같은 무게를 느껴야 마땅하다.

나아가 국가는 이미 발생한 개인적 피해에 좀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잇따라 5·18 묘역을 방문한 여야 지도자들은 물론 최근 4년 간 한번도 기념식장을 찾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도 국가권력이 개인에 진 무거운 빚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광주시가 다음달 국가 폭력 피해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한 ‘5·18 트라우마 센터’를 개원할 예정이다. 연간 예산이 9억원인 이 센터가 제대로 역사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