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는지…” 28억짜리 동네잔치된 대구육상대회
입력 2012-05-17 20:26
[쿠키 사회]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3시간짜리 ‘동네잔치’로 전락하고 있다. 국제대회에 걸맞은 품격을 갖추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10분부터 3시간여 동안 대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에서 세계 39개국 211명의 선수가 참가한 2012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열렸다. 시는 국고보조금 6억원을 포함해 28억5000만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이마저도 당초 35억원선에서 줄어든 것이었다.
이 대회는 2005년 시작돼 2010년부터 월드챌린지(국제규모) 대회로 격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대히 치른 뒤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지정한 국제육상도시에서 열린 국제대회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텅 빈 관중석’ 문제는 이번 대회에도 되풀이됐다. 대회 당일까지 6만5000여장의 입장권이 팔렸으나 실제 관중은 3만2000여명에 그쳤다. 대회 종료 뒤 20여분간 진행된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보러온 학생들이 30% 정도를 차지했다.
기록경기이기 때문에 경기 때 선수들의 집중력을 위해 정숙해야 하는 데도 학생 관람객들이 떠들거나 환호해 경기진행을 방해했다. 한 여중생(14)은 “공연 때문에 왔고, 솔직히 육상경기엔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국인이나 다른 지역에서 온 관람객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조직위 관계자는 “외국인이나 타지 관람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회 홍보와 경기 운영도 실망스러웠다. A급 선수는 여자 100m 스타 카멜리타 지터(미국)나 남자 100m 저스틴 게이틀린(미국) 등이었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몸을 사렸다. 우사인 볼트 등 스타급 육상선수는 찾을 수 없었다. 외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이나 홍보도 없었다. 대구 시내에 대회를 알리는 현수막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상파 3사를 대표하는 KBS와의 주관방송사 선정문제가 성사되지 못하면서 TV중계 문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TV중계료 문제, 방송사 파업 등으로 대회가 열렸는지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지난 대회 때 250여명이던 조직위 인원은 15명으로 줄어 업무부담이 극심했다. 때문에 부서 간 협력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철환 대구시의원은 “대구시가 세계육상대회 뒤 신경을 안 쓴 것 같다”며 “육상 열기가 냄비처럼 잠깐 끓었다가 식어버린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