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위탁아동’ 제도 통해 성장… 박수정씨 “제가 받은 따뜻한 사랑 갚으려 사회복지 전공”
입력 2012-05-17 19:35
“내게는 브랜드 신발을 사줄 사람이 없구나.”
가정위탁아동제도를 통해 성장한 박수정(부산대 사회복지학과 2년·사진)씨의 사춘기는 절망의 깊은 늪이었다. 다섯 살, 아홉 살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원망하며 서럽게 울던 시절이었다. ‘왜 나는 내 친구들과 다른 걸까. 나는 매일 울었다’고 일기에 적은 것도 그 무렵이다. 감수성 예민한 소녀에게 ‘브랜드 신발’은 신발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 절대 소유할 수 없는 꿈이었다.
‘가정위탁아동’이란 친부모가 직접 양육할 수 없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만 18세까지 해당된다. 친부모가 있어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상황에는 위탁아동이 될 수 있다. 제3자 가정위탁, 친인척 가정위탁, 조손가정위탁 등 3종류다.
외할머니 위탁 수혜자 수정씨가 ‘제8회 가정 위탁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는다. 어려운 여건을 딛고 대학에 진학,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것도 서럽게 울던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일찍 철든 숙녀’는 1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받아왔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되돌려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정씨에게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한 살 위 언니, 이란성쌍둥이인 남동생이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갔으나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잇달아 별세했다. 이후 세 남매는 한 아주머니 댁에 얹혀살았지만 생활은 쉽지 않았다. 결국 경남가정위탁센터가 나서 따로 살던 외할머니를 지원, 조손가정위탁아동이 됐다.
“어느 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위탁아동 캠프에 참여해 나보다 더 외롭고 힘든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좀 놀랐어요. 저는 언니와 동생이 있잖아요.” 캠프에 다녀 온 후 수정씨는 경남 창녕중앙교회를 열심히 다니며 기도와 봉사에 힘썼고 학교 공부도 열심히 했다. 고교에서는 전교 1등을 놓쳐 본 일이 없었다. 가정위탁 사회안전망이 남매를 뒷받침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와 근로장학생으로 공부하는 세 남매다. “우리 언니는 지난 학기 전과목 A플러스로 학과 1등이었어요. 저의 자랑입니다.”
한편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18일 열리는 시상식에서는 9년째 위탁어머니로 봉사하는 송연숙(51·서울 마천동)씨 등 관련자 23명이 정부 표창을 받는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