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이후 버핏세 폭탄 피하자”… 美 부자들 아시아 이민 급증세
입력 2012-05-17 21:51
최근 미국 국적을 버리고 세금부담이 훨씬 낮은 싱가포르 홍콩 등 금융중심지로 거처를 옮기는 부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록 국적을 포기하는 미국인들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문제는 최근 2년 사이 급증했고, 특히 세율이 낮은 아시아 금융중심지로 옮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을 버리고 싱가포르로 옮긴 미국인이 약 100명으로 2009년의 58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으며 미국인 전체 국적포기자도 2009년 742명에서 지난해 1780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초당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시행된 세금감면안과 올해 초 연장된 근로소득세감면안이 오는 12월 한꺼번에 만료돼 세금폭풍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에두아르도 세브린이다. 18일로 예정된 페이스북의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세금이 많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의 장기체류를 선택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추측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1월 미 대선이 끝날 때쯤 5000억 달러에 가까운 세제혜택이 한꺼번에 사라져 가구당 평균 3800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미국 부자들은 고소득자를 겨냥한 이른바 ‘버핏세’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세금제도는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 비해 간소하며, 개인과 기업에 대한 세금을 세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점이 미국 부자들을 유혹하는 요인이다.
또 싱가포르에서 국적을 포기하는 숫자가 높은 것은 싱가포르가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드영의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개인 소득세 최대한도가 20%이며 홍콩은 17%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35%에 이른다. 로라 위킨슨 국제조세 자문가는 “한때 미국은 관대한 조세관할권을 자랑했으나 최근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 지역들에 비해 제도가 뒤처지고 있다”면서 “미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 시민이 되려는 미국인들의 문의가 일주일에 한 번은 들어온다”고 말했다.
한편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를 떠나 독일로 향하는 이민자들이 지난해 크게 늘어 지난 16년 사이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 전했다.
독일 통계청은 지난해 독일로 온 이민자가 95만8000명, 해외 이민자가 67만9000명으로 1996년 이후 최대의 국내 유입 이민자 순증을 기록했다고 16일 발표했다.
그리스 출신 이민자는 지난해 2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90% 증가했으며 스페인 출신은 2만000명으로 52% 늘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