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사채업자’… 은행대출 방해하고, 전세금 빼앗고
입력 2012-05-17 19:01
국세청 253명 조사, 1597억원 세금 추징
대부중개업자 정모(53)씨는 급전이 필요한 A씨에게 연 360%의 고리로 자금을 대여했다. 정씨는 이 거래를 일부러 숨기기 위해 대출시 미리 채무자 명의 통장과 도장을 건네받아 원리금이 입금되면 즉시 인출했다. A씨가 사채를 갚기 위해 주택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으려고 하자 먼저 주택을 가압류해 은행대출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정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고리를 수취, 35억원의 이자수입을 신고 누락했다.
무허가 고리대금업자 조모(54)씨는 대학생 B씨에게 연 120% 고리로 200만원을 빌려주고 원리금 상환이 연체되자 연체이자를 원금에 가산한 금액을 재대출하는 일명 ‘꺾기’ 수법으로 이자가 원금의 1000%가 넘도록 대여금액을 의도적으로 키웠다. 이후 부모에게 알리겠다며 협박,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넘긴 후 유흥업소로부터 사채대금을 대신 받았다.
조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회수한 대여이자와 원금을 친인척 차명계좌로 관리, 이자수입 31억원을 무신고하고 탈루소득으로 친인척 명의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미등록 사채업자 최모(59)씨는 주로 영세서민에게 고리대금업을 해왔다. C씨에게 2000만원을 연 120%의 고리로 빌려주고 이를 갚지 못하자 담보로 잡은 전세보증금을 강제로 빼앗았다. C씨는 가족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자 이를 비관해 자살했다. 의류점을 운영하는 D씨에게도 1000만원의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상환이 연체되자 폭력·협박을 통해 담보로 잡은 상가보증금을 강제로 빼앗았고 D씨는 막노동을 전전하기에 이르렀다. 최씨는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고리를 수취, 33억원의 이자수입을 무신고하고 호화생활을 해왔다.
박모(47)씨는 시장 영세상인 대상의 대부업자로 폭력·협박 등 악질적인 방법으로 채권을 회수하고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이자수입 25억원을 신고 누락했다.
국세청은 17일 정·조·최·박씨와 같이 불법 채권추심으로 서민에게 고통을 준 악덕 사채업자 253명을 조사하고 총 1597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으며, 일부는 검찰에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24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이날 ‘전국 민생침해담당 조사국장 및 관서장 회의’를 열고 불법 사금융 근절과 이들의 탈루세금 추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국세청은 법정 최고이자율을 준수하고 세금을 성실하게 신고하는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세정간섭을 배제하겠지만 악덕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민생침해사업자분석전담팀’을 가동해 불법 사금융을 근절키로 했다. 당장 불법 고리이자를 수취하면서도 대포통장 차명계좌 등을 이용한 전국의 대부업자 123명에 대해 일제히 이날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