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예산 줬더니 안마기 사고 휴게실 꾸미고… 최근 2년간 848억 혈세 낭비

입력 2012-05-17 18:58

전국의 초·중·고교 상당수가 공사 예산을 부풀리거나 친분 있는 무자격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주고 뒷돈을 챙기는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교육인프라 구축을 위해 매년 투입하는 6조원의 혈세가 교장과 공무원 등의 부도덕한 행위로 줄줄 새어나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감사원은 1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 등 전국 8개 교육청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한 각종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여 불법행위를 저지른 교장과 공무원 등 146명을 파면 또는 정직 등의 징계를 내리고 수사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교과부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4800개교에 수준별 이동수업을 위한 교과교실제를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교실 증축 등으로 2009∼2010년 2년간 848억원의 예산낭비를 초래했다.

서울 A고교는 교과교실제 사업비 2300만원을 교원휴게실 리모델링과 안마의자, 침대 구입에 사용했고 서울 B중학교는 교장실과 이사장실 등을 꾸미는 데 사용했다. 교장실 치장을 위해 불필요하게 리모델링을 추진한 학교만도 서울과 경기도에서 무려 911개교에 달했다. 또 경기도내 일부 학교는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교실이 남아도는데도 증축했다.

인천 E고교 행정실장은 학교운영위원 소유의 무자격 건설업체에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맡기고 1400여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 전북 F학원의 한 중학교 행정실 직원은 학교 이전과정에서 고교후배가 운영하는 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상품권과 골프 등의 접대를 받았으며 서울 G초교는 공사발주 대가로 학교발전기금 5500만원을 받았다. 경기도 H초교는 6000만원짜리 운동장 배수로 공사를 3건의 공사로 쪼개 3개 업체에 수의계약을 주고 리베이트를 챙기다 적발됐다.

감사원은 전국의 2384개교가 미등록 건설업체에 수의계약으로 준 공사가 3876건에 금액은 619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수의계약 공사금액의 10%가량은 리베이트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