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경남서… 1361명 공모 초대형 보험사기 적발
입력 2012-05-17 21:53
주부 손모(53)씨는 2008년 5월∼지난해 7월 당뇨·고혈압·무릎관절 등 명목으로 경남 지역 3개 병원에 입원한 뒤 퇴원 후 3∼30일 내 재입원하는 수법으로 총 18회, 564일간 반복입원하면서 보험금 9500만원을 타냈다. 지난 3년간 이틀에 한 번 꼴로 병원에 입원한 셈이다.
최모(63)씨 부부는 2009년 3월부터 1년7개월간 고혈압 등을 이유로 6차례 107일간 같은 병원에 함께 입원하면서 보험금 24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주민의 1%가 가담한 태백지역 보험사기에 이어 경남 창원 지역에서도 초대형 보험사기가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17일 보험가입자, 창원 지역 3개 병원 관계자, 브로커 등 1361명이 공모해 총 95억1500만원가량의 대규모 보험사기를 벌인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초에 조사에 착수했으며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기 규모와 수법 등은 지난해 발생한 태백 보험사기 사건과 유사하다. 지난해 11월 주민 5만명의 강원도 태백에서 400여명이 150억원대의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기 액수는 태백 사건이 더 많지만 가담자 규모로 보면 이번 사건이 역대 보험 사기사건 가운데 최대다.
보험사기 혐의자들은 다수 보험에 집중 가입한 뒤 창원 3개 병원을 번갈아 입원하면서 피해 과장, 허위 입원, 일가족 동반 입원 등의 수법으로 보험금을 뜯어냈다. 혐의자 중 40∼50대가 전체의 67%를 차지하며 여성이 893명으로 65.6%나 됐다. 1인당 보험사기 규모는 7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피해과장 수법을 사용한 사람이 1099명(80.7%)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2007년 3월∼2011년 7월 52개월간 병원 및 병명을 바꿔가며 평균 64일 동안 집중 입원했다. 서울·경기 등 타지역 거주자임에도 이들 창원 소재 병원에 원정 입원해 보험금을 타낸 사람도 116명이나 됐다.
이들 3개 병원은 환자 소개 시 환자당 10만∼20만원을 브로커들에게 지급하고 환자는 브로커에게 보험금의 10%를 지급하는 등 사기행각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보험사기 규모는 갈수록 크게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민영보험 부문에서 연간 보험사기로 누수되는 금액이 2010년 기준 약 3조4000억원으로 추정돼 2006년(2조2000억원)보다 53%나 늘었다. 이는 국민 1인당 6만9024원, 가구당 19만8837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셈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