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다시 위기] 설상가상… ‘벌처펀드’ 공포까지
입력 2012-05-17 18:57
그리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미소를 짓는 ‘벌처펀드(vulture fund)’가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에 전 세계 금융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와중에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린 벌처펀드 ‘다트매니지먼트’가 당사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7일(현지시간) ‘벌처펀드가 그리스를 에워싸면서 공포가 증대되고 있다’는 기사에서 그리스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벌처펀드의 횡포를 지적했다. 벌처펀드란 동물의 사체를 먹는 대머리독수리 ‘벌처’에서 유래된 것으로 부실채권 등을 싼값에 인수해 비싸게 되파는 자금이다. 터무니없는 수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약탈적 자본’으로 비난받는다.
다트는 그리스 정부가 지난 15일 만기도래한 4억3600만 유로(6450여억원)의 국채원리금을 갚으면서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상환액의 90%인 4억 유로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리스 전체 국채의 5% 정도다.
그리스 은행, 민간기관들과 달리 정부의 국채교환 요청을 거부하고 기존 국채를 계속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국채를 교환한 기관들이 75% 정도의 손실을 본 반면 다트는 최소 40% 정도의 수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다트는 상환하지 않으면 국제법정에 소송하겠다고 그리스에 으름장을 놨다. 소송이 본격화되면 유럽연합의 구제금융 지급이 묶일 수도 있고, 패소하면 상환액의 수십 배를 물어야 되는 상황을 그리스 정부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상환이 향후 벌처펀드에 대한 상환의 선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는 9월 만기 국채 등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원리금을 상환 받으려는 의지는 높아질 것이 당연하다. 더욱이 손실을 본 수천 명의 그리스 소액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정부 고민이 깊다.
다트는 미국 미시간 출신의 케네스 다트가 운영하는 펀드로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군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1994년 미국을 떠난 그는 가족이 경영하는 미국 최대의 1회용컵 생산업체 ‘다트 컨테이너’의 이사다. 또 다른 벌처펀드인 엘리오트어소시에이트와 함께 그리스 채권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두 펀드는 채무불이행 상태가 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002년부터 20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 중이다. 특히 다트는 93년 채무불이행 국가인 브라질 정부를 압박, 6억 달러를 상환 받음으로써 관련 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편 인디펜던트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다트에 코멘트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