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통합진보당] 민노총 중앙집행위… 김영훈 위원장 모두발언서 “솔로몬의 지혜를…”
입력 2012-05-17 18:52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물 13층 대회의실 앞에서는 조합원 7명이 침묵을 의미하는 X자가 적힌 파란 마스크를 쓰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인 이들은 ‘부정선거 사범이라니? 민주노총은 조합원을 지켜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중앙집행위원들을 압박했다. 17일 오후 2시에 시작한 제9차 중집위 회의에서 벌어진 치열한 토론의 예고편이었다.
신문·방송 등 수많은 취재진들은 회의실 앞 복도를 가득 메웠다. 회의 시작 10여분 전부터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회의실로 들어가는 위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먼저 자리에 앉은 위원들은 회의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회의에는 김영훈 위원장을 비롯한 중앙간부와 지역본부장, 산하 연맹위원장 등 전체 56명 중 51명이 출석했다. 회의는 김 위원장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됐다. 미리 준비해온 모두 발언을 읽어 내려가는 김 위원장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내부문제가 진보진영 전체의 어려움으로 확전되고 있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들이 며칠 새 벌어지고 말았다”며 사죄의 뜻도 밝혔다. 이어 “당대표가 당원들에게 폭행당하는 일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부정”이라고 통합진보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어려울수록 내부적으로 단결하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한 조준호 전 위원장의 말을 전하며 극단적인 선택은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극단적인 선택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철회 및 집단탈당을 의미한다.
그는 현재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이 처한 상황을 솔로몬의 우화에 비유하며, 통합진보당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토론에 임해줄 것을 부탁했다. 아이의 팔다리가 잘려도 내가 소유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어머니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진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는 민주노총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났다.
김 위원장의 모두 발언이 끝난 후 취재진들은 회의실 밖으로 퇴장했다. 회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가 시작되면서 13층 복도를 통하는 문은 굳게 닫혔다. 민주노총은 회의실 복도 전체를 폐쇄하고 취재진 등의 출입을 일체 금지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