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박영준 소환… 문건 속 ‘靑 비선라인’ 역할 추궁
입력 2012-05-17 18:45
검찰이 불법사찰의 청와대 ‘윗선’ 개입 및 비선라인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정조준했다. 하지만 권재진 법무장관 등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여전히 조사계획조차 없다고 밝혀 지나친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불법사찰의 진상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국무총리실의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17일 구속수감된 박 전 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최근 확보한 문건에 등장하는 ‘BH(청와대) 비선라인’에 박 전 차관이 포함됐는지, 불법사찰을 지시했거나 사찰결과를 보고받았는지, 불법사찰 증거인멸에 개입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진 2010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불법사찰을 실행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설립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2010년 7월 7일 1차 수사 당시 최종석(42·구속기소)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에게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 삭제하라고 지시하기 전 박 전 차관과 대포폰으로 통화한 정황을 포착했다. 박 전 차관은 포스코 회장 인선에 개입해 윤석만 전 포스코 사장 뒷조사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차관을) 한 번 이상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조사할 양이 많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박 전 차관의 불법사찰 연루 사실을 진술토록 설득하고 있으나 이 전 비서관은 완강히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새로 발견된 400여건의 불법사찰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3명과 형사부 검사 2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수사팀을 확대했다.
참여연대 등 민간인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비상행동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대통령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하거나 사찰결과를 보고받았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정부문건이 공개됐다”며 직접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비상행동은 정정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장을 지낸 이강덕 해양경찰청장 등 핵심 관련자 소환 조사, 검찰수사 독립을 위한 권 법무장관 사퇴, 19대 국회에서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 등을 요구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