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이순신대교

입력 2012-05-17 18:42

영국에 ‘브루넬’ 이름을 단 대학과 공원, 거리가 많다. 빅토리아 시대의 위대한 건축가 이삼바드 킹덤 브루넬(1806∼1859)을 기념하는 곳이다. 그의 업적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런던 템스 강 터널과 현수교 건설이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선을 설계했고, 그가 세운 철도교량은 지금도 끄떡 없이 사용 중이다.

그에 대한 영국인들의 존경은 대단하다. 2002년 BBC가 자국민을 상대로 역사를 통틀어 가장 존경하는 영국인을 조사한 결과 브루넬이 2위에 올랐다. 1위는 처칠이었고, 브루넬 뒤로 넬슨, 존 레넌, 뉴턴, 다윈, 셰익스피어 등이 줄을 섰다. 그레이트웨스턴 철도건설 150주년인 1985년에는 그의 얼굴이 들어간 기념우표가 발매될 정도였다.

현수교의 기술과 아름다움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서 꽃을 피웠다. 보는 사람들은 주홍색 외관에 눈길이 가지만 더욱 값진 것은 조셉 스트라우스(1870∼1938)라는 건축가의 재능과 도전정신이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와 마린카운티 사이에 다리를 놓는 데 대해 시민들이 반대했다. 지진의 공포 때문이었다. 시속 7.5노트의 조류, 만(灣)을 휘감는 세찬 바람과 안개도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스트라우스는 공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933년 1월 착수해 4년 만인 1937년에 완공했다. 공사비도 1억 달러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500만 달러로 막았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큰 조각상’이라는 닉네임이 붙여졌다. 다리가 예술품이 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스트라우스 동상을 다리 아래에 세워 추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개통한 부산의 광안대교가 현수교의 명물로 꼽힌다. 트러스트 사이에 900m 가량 늘어뜨린 구름다리가 밤에 조명을 받으면 “인공구조물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다리는 초속 45m의 태풍 및 7m의 파도에 견딜 수 있도록 강하게 건설되었다. 1959년 9월 이 지역을 초토화시킨 사라호 태풍의 악몽 때문이다.

전남 광양시와 여수시를 잇는 이순신대교가 여수엑스포의 장외 명물로 떠올랐다고 한다.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만 1545m로 국내 최대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긴 현수교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덴마크에 이어 여섯 번째 현수교 기술보유국이 됐다. 다만 광안대교나 이순신대교 모두 설계자 이름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건축이 토목에 매몰된 결과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