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버와 사르트르, 그들이 꿈꿨던 결혼… ‘지성인의 결혼’
입력 2012-05-17 18:18
지성인의 결혼/한넬로레 슐라퍼(문예중앙·1만5000원)
독일 출신 사회학의 거장인 막스 베버는 아내 마리안네와 지성적인 동지애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결혼생활의 중압감과 성욕의 억압으로 정신적·육체적 한계에 이른다. 그리고 아내와 애인이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둔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는 계약결혼을 했으나 삼각관계로 끝없는 고통을 겪는다. 두 사람은 수많은 파트너들, 동성애인, 애인의 애인 등에 둘러싸여서도 계약을 끝까지 지킨다.
이 책은 실존하는 지성인들의 새로운 형식의 결혼 이외에 테오도르 폰타네의 ‘라둘테라’, 카이절링의 ‘결혼의 책’ 등 결혼생활을 주제로 한 문학사의 주요 작품 분석을 통해 진정한 결혼생활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부부 관계는 절대로 융합될 수 없는 두개의 독립된 초점이 존재하는 타원형의 힘의 영역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타원형의 초점에서 절대로 만날 수 없는 두 초점인 부부는 서로 간의 배려, 이해, 신뢰, 공동 관심사, 여성의 교육과 직업 활동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결론을 낸다.
“결혼의 행복은 드물기에 소중하다.” 제도로서의 결혼은 이미 명망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한 저자의 맺음말이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