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회사 낙찰위해 심사기준 변경·정보 제공… 조석준 기상청장 ‘입찰비리’ 의혹
입력 2012-05-16 19:09
조석준(58·사진) 기상청장이 기상장비 입찰과정에서 업체에 입찰정보를 제공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 발주해 조달청이 실시한 탐지장비 기상 라이더(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입찰과정에서 자격조건에 미달한 K사를 낙찰시키기 위해 심사기준을 변경하고 관련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조 청장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6∼10월 이뤄진 조달청 입찰과정에서 조 청장이 박광준(59) 기상산업진흥원장, K사 대표 김모(42)씨와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기상산업진흥원 사무실 등 6곳을 압수수색해 사무실에 보관 중인 라이더 사업 관련 문서와 입찰제안서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기상산업 진흥원 구매업무 담당자 등을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조 청장의 금융거래 내역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현재 입찰과정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련자 간에 금융거래가 있는지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라이더는 적외선을 이용해 맑은 날 발생하는 순간돌풍(마이크로버스트)을 포착한 뒤 공항 관제시설에 경고하는 장비다. 라이더 입찰에는 프랑스 레오스피어사 제품을 사용하는 K사가 경쟁사인 W사보다 16억원이 낮은 48억원대를 제시해 낙찰됐다. 그러나 W사 측은 낙찰자를 선정하기 위한 3차례 평가 중 1·2차 평가에서 K사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데도 3차 평가에서 기준이 바뀌면서 결과가 달라졌다며 조달물자 입찰절차 속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법적으로 대응했다. 당초 입찰제안서의 납품기준은 라이더의 최대 탐지반경 규격이 15㎞ 이상이었으나 K사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이를 10㎞ 이상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W사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국무총리실이 나서 납품업체 선정과정을 조사한 뒤 지난 3월 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측은 “장비 도입과 입찰과정에 기상청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소속기관인 기상산업진흥원과 조달청 실무선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조 청장도 ‘입찰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고 말했다. 기상산업진흥원 측은 “조달청이 구성한 평가위원회에서 입찰한 회사 모두 적합판정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제출된 가격을 심사해 낙찰자가 결정됐으므로 법적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서울대 대기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KBS에 입사해 2001년까지 기상캐스터로 일했다. 이후 웨더뉴스채널 부사장, 웨더프리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2월 기상청장에 임명됐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