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김영환 구금’ 파문] 이번에도 오만한 중국… 인권운동가를 중범죄인 취급
입력 2012-05-16 18:59
중국 정부는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 일행에게 ‘국가안전위해죄’를 적용해 조사 중이라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지만 16일 현재까지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이 랴오닝성 선양(瀋陽)주재 한국총영사로 하여금 지난달 26일 김씨가 구금된 단둥(丹東)으로 찾아가 그를 한 차례 접견하도록 허용한 적은 있다.
당시 김씨가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고문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한국총영사를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여 영사 접견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또 김씨 등에 대한 변호인 접견도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 측에 요청해놓고 있으나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 형사소송법은 기소 전 구속조사를 받고 있는 범죄 혐의자에 대해 변호인 선임은 허용하고 있지만 변호인 접견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중국 법률전문가는 “변호인 접견이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변호인 접견 자체를 막아 놓은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씨 일행이 국가안전위해죄 위반에 해당하는 어떤 구체적 행위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훙레이도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현재로선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만 말했다. 또 16일에는 “중국 정부의 유관 부문이 법에 따라 조사, 처리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도 이날까지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김씨 일행에 대한 법 적용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국가안전위해죄는 체제 전복 활동을 했을 때나 적용할 수 있는 중범죄인 데 비해 김씨는 주로 북한 탈북자 돕기와 북한 인권운동 지원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경우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와 인권변호사 천광청 탈출을 기획한 인권운동가 후자(胡佳, 3년6개월 복역)에게 이 죄가 적용됐다. 한국인에게 국가안전위해 혐의를 적용한 경우는 2001년 탈북자 12명을 몽골로 피신시킨 천기원 목사 등 4∼5명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금까지 탈북 관련 활동을 한 한국인에게 ‘타인 밀출입국 방조죄’ 등 혐의를 적용해 추방 조치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국가안전위해죄가 적용됐기 때문에 조사도 공안이 아니라 국가안전부(국가정보원에 해당) 산하 랴오닝성 국가안전청이 맡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