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미국 첫 프로대회 시작

입력 2012-05-16 18:14


바둑프로 제도가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권 네 곳 뿐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국기원은 미국바둑협회(AGA·American Go Association)와 프로제도 협력에 관한 협약(MOU)을 체결해 한 해에 미국 프로 2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미국 시민권자 가운데 예선과 본선을 거쳐 두 명을 선발하고, 선발된 기사는 한국의 5개 오픈 대회(삼성화재배, LG배, BC카드배, 올레배, 명인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한국에서 바둑 연수를 받을 경우 6개월 동안 매달 6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1973년 뉴욕에 설립된 미국바둑협회는 100개 클럽에 2500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매년 100여개의 시합이 치러질 만큼 미국에서도 바둑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선발대회는 미국 사상 최초의 바둑프로가 탄생하는 순간인 만큼 많은 도전자들이 결의에 차 있다. 미국 각 지역 예선에서 선발된 16명은 7월 28일부터 8월 4일까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개최되는 US바둑 콩그레스 기간 중 본선을 치른다. 여기서 최종 2명의 프로기사가 탄생하게 된다.

미국 내 첫 지역 예선이 지난달 28∼29일 로스앤젤레스(LA) 한국문화원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북미권 최대기전인 ‘카슨 오픈’과 함께 열려 400여명이 참가했다. 첫 시작을 알리는 예선전인 만큼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과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김효정 2단이 한국에서 참가했고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학수 7단, 김명완 9단, 제니스 김 3단이 함께했다.

한국의 ‘바둑황제’ 조훈현 9단과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을 직접 만난 미국의 바둑 팬들은 신기함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틀 안에 시합을 마쳐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프로들과 직접 대국을 해보고 싶어 하는 팬들을 위해 시합이 시작되기 전 다면기 행사가 진행될 만큼 열기가 대단했다.

“한국처럼 젊고 강한 프로기사들을 배출하기 위해 한국의 시스템을 도입해 연구생제도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말한 AGA 앤드류 오쿤 이사장은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조훈현 9단, 중국 네웨이핑 9단과 같은 바둑 영웅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거창한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이번 대회의 자리를 제공한 LA 한국문화원도 “대회가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미국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모든 선수들에게는 한국전통부채가 기념품으로 전달했다. 이제 바둑도 동아시아권을 넘어 미국으로 진출하며 한류 열풍에 가세하게 됐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