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김영환 구금’ 파문] 그럼에도 무능한 한국… 외교부, 50일이 되도록 구금 이유 등 모르고 中 눈치만
입력 2012-05-16 23:58
중국 당국의 대북 인권운동가 김영환씨 등 한국인 4명 구금 파문이 확산되면서 우리 외교당국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중국 측에 구금된 지 50일이 다 되도록 무슨 이유로 어떻게 체포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외교통상부는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당연히 실시하는 영사 접견도 단 한 차례밖에 하지 못한 채 중국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나온 외교부의 김씨 등 구금에 대한 설명은 “중국 법과 절차 때문에 확인할 수 없는 게 많다”거나 “중국 측과 계속 협조하고 있다”는 게 전부다. 16일에도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국제법을 어겼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고 김씨가 인권 침해를 받았다는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중국법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는 일이니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우리 외교관인지 중국 외교부 관계자인지 구분이 안 되는 발언이다.
외교부가 처음 이 사실은 안 것은 지난달 1일이었다. 중국 랴오닝성 국가안전청이 김씨의 구금을 통보하면서 중국의 국가보안법격인 ‘국가안전위해죄’ 위반 혐의라고 알려왔다. 중국 국가안전부(우리의 국가정보원격)는 국가안전위해죄 혐의자에 대해서는 연장 신청을 거쳐 최대 7개월을 구금·조사할 수 있다. 처음부터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외교부가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중국 공안은 그동안 탈북자를 돕다 적발된 한국인들에게 주로 ‘타인 밀출입국 방조’ 혐의를 적용해왔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이 사건을 단순 영사사건과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랴오닝성 선양(瀋陽) 주재 영사가 구금 통보 이후 20여일 만에 김씨와 한 차례 접견했다. 접견시간은 30분 동안으로 중국 공안 관계자들이 감시하고 있었다. 중국 측이 “김씨 외 3명이 영사접견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자 이 말만 믿고 있는 상태다. 사건이 언론에 노출된 뒤에야 외교부는 부랴부랴 김씨에 대한 추가 접견과 3인의 소재지 파악에 나섰다. 외교부는 이날 현재 김씨 등 4명이 모두 중국 단둥(丹東)의 국가안전청에 기소 전 구금 상태로 있으며, 언제 재판에 회부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외교당국의 재외국민 보호 의무 소홀은 비단 이번 사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수차례 중국에서 우리 국민들이 부당하게 체포되거나 구금되는 일이 발생했음에도 항상 중국 당국의 처분만을 기다려 왔다. 결국 중국이 국내법을 내세워 기본적인 인권보호 의무마저 저버리고 있는데도 우리 외교당국은 근본적인 대응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최현수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