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다시 위기] 위기의 그리스… 하루 1조원 ‘뱅크런’
입력 2012-05-16 21:43
연정 실패로 정국 혼란에 빠진 그리스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그리스 지역 은행에서 14일 하루 동안 약 7억 유로(1조373억원) 가량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6일 총선 당일부터 11일까지 3억 유로가 인출된 것과 비교하면 그리스 국민들의 연정구성 실패에 대한 실망감과 유로존 탈퇴 공포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후 독일 국채 등을 사겠다고 그리스 은행에 접수된 금액도 약 8억 유로에 달한다.
파풀리아스 대통령은 “현재 그리스 은행들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며 “언제라도 ‘패닉’ 사태로 확산될 수 있는 상당한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에서는 2009년 재정위기가 시작된 후 매달 약 40억 달러가 은행권을 빠져나갔으며 예금자들은 국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해 해외로 송금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WSJ는 그리스 국민이 유로존 탈퇴와 옛 통화인 ‘드라크마’로의 복귀가 임박했다고 느낀다면 언제라도 ‘뱅크런’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뱅크런이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 취약국으로 전이되면 유로존 자체가 와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그리스의 탈유로를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뉴스채널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질서 있게’ 유로존에서 이탈할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라가르드는 “그리스의 유로 이탈은 막대한 대가와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라며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길 바라지만 기술적으로 고려해야만 하는 옵션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이탈리아 26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이어, 일주일 내 스페인 은행 21곳을 ‘큰 폭으로’ 강등할 것이라고 AFP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그리스 정치 불안과 뱅크런 조짐으로 이날 독일과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한편 그리스 재총선은 6월 17일로 확정됐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