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이석기 지키려 ‘마이웨이’… 대치 가속화

입력 2012-05-16 21:47

통합진보당 구당권파가 ‘막무가내 버티기’ 행보를 본격화했다. ‘강기갑 비대위’가 신당권파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판단, 비대위 불참을 선언했다. 대신 금명간 ‘당원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신당권파의 압박에 정면으로 맞대응하는 모습이다.

구당권파인 이상규(서울 관악을)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16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비대위에서 참여 제안이 왔으나 화합형 비대위가 구성돼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신당권파와 구당권파가 대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인적구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양측을 아우를 수 있는 화합형 인사가 집행위원장으로 내정됐는데 하루 만에 바뀌는 등 함께 일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게 이 당선자의 주장이다.

구당권파가 ‘마이웨이’를 결정한 것은 ‘강기갑 비대위’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본적으로 강기갑 체제가 경선 비례대표 총사퇴 관철과 폭력사태 책임자 처벌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참여해봤자 도움될 게 없다는 생각이다. 구당권파 관계자는 “강 위원장이 주재한 1차 비대위 회의에서 비례대표 총사퇴를 의결한 것으로 볼 때 비대위는 철저하게 신당권파를 대변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비대위 참여는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 위원장이 비대위 참여 조건으로 ‘중앙위원회 의결사항 인정’을 요구했다는데 우리로서는 그런 전제조건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구당권파는 ‘당원 비대위’를 내세워 ‘강기갑 비대위’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구당권파 관계자는 “몇몇 명망가들이 비대위를 구성해 당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당원들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당원 전체의 의견을 모아 위기수습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당선자 중 구당권파가 많은 점을 이용해 원내대표를 앞세워 세력 위축을 막는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당권파는 명분상 ‘강기갑 비대위’가 여론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다. 이런 분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선전전을 펴기 시작했다. 최근 중앙당사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중화상을 입은 박영재(44)씨가 유시민, 심상정 전 공동대표에게 보낸 호소문을 공개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박씨는 “야권연대를 파기하고 2012년 대선에서 이겨 영구집권을 꾀하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도움에 힘입어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장악하려는 불법 행위를 멈추고 통합 정신으로 돌아오라”고 말했다.

구당권파인 김미희(경기 성남중원) 국회의원 당선자는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진보당 사태는 마녀사냥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신당권파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비례3번인 김재연 당선자는 유 전 공동대표에게 보낸 공개편지를 통해 사퇴거부 의사를 밝혔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