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통합진보당] 신당권파 장악 이후 ‘종북관’ 뿌리째 바뀔까
입력 2012-05-16 18:59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폭력사태 파문을 계기로 통합진보당 내 종북(從北) 성향이 근본적으로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통합진보당 무게 중심이 종북적인 민족해방(NL) 계열의 구당권파에서 국민참여당계·민중민주(PD)계열 연합의 신당권파로 급속히 이동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2000년 1월 30일 전신인 민주노동당 창당 이래 북한과 관련된 각종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당내 주류였던 NL계열은 “친북보다 친미가 더 큰 문제”라거나 “서구 사대주의 발상으로 북한 문제를 바라봐선 안 된다”는 주장을 폈고 이는 곧바로 당론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비주류였던 PD계열은 “보편적 민주주의 시각에서 북한 문제를 접근하지 않으면 진보정당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지지받을 수 없다”며 강력한 반론을 제기해왔다.
심상정 전 공동대표와 노회찬 전 공동대변인 등이 2008년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벌어진 당내 종북주의 논쟁에서 탈당까지 감행했던 것도 두 세력 사이에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NL계열 가운데서도 구당권파의 핵심인 ‘경기동부연합’이 가장 종북 색채가 심한 세력으로 꼽힌다. 이석기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10여년간 경기동부연합 배후에서 친북 좌파 노선을 이론화한 인물이라는 설도 있다.
그런 NL계열과 경기동부연합이 이번 경선부정 사태를 계기로 당내 비주류로 전락한 반면, 지난해 12월 진보정치세력 통합과정에서 당에 재합류한 PD계열은 유시민 전 공동대표의 국민참여당계와 함께 신당권파를 형성하며 당의 전면에 등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의 최우선 과제가 당의 종북 탈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그동안 ‘북한 이슈’만 나오면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해왔던 설움을 신당권파가 이번 기회에 완전히 씻어내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당권파의 한 핵심인사는 “참여당계가 자연스럽게 반북 성향의 PD계열을 돕게 될 것”이라면서 “북한 인권 문제 등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종북 노선을 버리지 않을 경우 대중정당으로 자리 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도 이러한 흐름에 큰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당권파가 중앙위원회 폭력사태까지 일으키는 광경을 본 민주노총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종북주의 세력 축출밖에 없다”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