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다시 위기] ‘메르콜랑드’ 시대 개막… “그리스 유로존 잔류 희망”

입력 2012-05-16 19:04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신임 대통령이 15일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독일로 날아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저녁 회동을 위해서였다. 바야흐로 유럽의 미래를 짊어질 ‘메르콜랑드(메르켈+올랑드)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취임식 당일 프·독 정상 간 회동은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때도 있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6일 보도했다. 하지만 같은 보수 정권끼리의 ‘메르코지(메르켈+사르코지)’ 동맹과는 결합의 성격과 경제적 상황이 판이한 출발일 수밖에 없다. 두 정상은 ‘보수(독)+진보(프)’의 어색한 정치색 결합이기도 하지만 유로존 위기 해법을 둘러싸고도 성장정책과 긴축정책으로 맞서고 있다.

이날 독일로 가던 대통령 전용기 ‘팰콘 7X’ 제트기가 번개를 맞아 회항해 방문이 1시간여 지연되는 사고도 있었다.

두 정상은 이날 밤 베를린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현안인 그리스 지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한 목소리로 전했다. 하지만, 해법에선 뉘앙스 차이를 분명히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우리가 그리스의 경제 성장을 도울 거라는 걸 그들이 알아야 한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에 새 총선이 있다는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리스는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국민들이 그럴 수 있도록 투표해야 하고, 채권국과의 약속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런 입장차 탓인지 이날 회동에 대해 “두 지도자가 서로를 알기 위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럽 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올랑드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은 일주일 뒤인 23일 비공식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의 경제성장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두 정상이 입장차를 좁히고 그리스 및 유로존 위기 해법에 대해 얼마나 합의를 도출할지가 관건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유럽의 성장을 위해선 긴축정책을 버려야 한다면서 메르켈 총리가 주도했던 재정협약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메르콜랑드 시대의 도래와 함께 둘의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메르켈 총리는 재정협약 재협상에 대해선 분명히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경제 성장을 자극할 수 있도록 추가 협약은 맺을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

여기에는 올랑드가 제안한 범유럽프로젝트채권, 유럽투자은행의 역할 제고, 유럽구제금융 용도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올랑드 총리도 “재협상을 계속 요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주일 뒤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