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파푸아뉴기니 문성 선교사] (18) 부족 형제를 통해 가르치시는 주님 ①

입력 2012-05-16 17:58


“멧돼지 잡게 해주셔서…” 응답하신 분께 감사

“하나님 기름과 고기가 먹고 싶습니다. 멧돼지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언제나 식량이 부족한 부족 형제들의 삶에서 일용할 양식의 기도는 간절하다. 매일 매일 여자가 밭에 가서 하루 이틀 가족들이 먹을 고구마와 차코라는 넝쿨 잎을 가져다 고구마는 불에 구워먹고 풀잎은 대나무 통 안에 넣어 익혀 먹는 것이 전부다. 화전을 만드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게으르기까지 하여 일하기를 싫어한다. 그리고 수확한 고구마나 양식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지혜가 없으며 말리거나 훈제를 하는 것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돼지를 잡거나 많은 고구마를 무무라는 방법으로 익히면 그날 다 나누어 먹는 것이 삶이다. 옥수수를 나누어 주고 많이 심으라고 전하고 옥수수로 식량은 물론 돼지, 닭, 개도 키울 수 있다고 가르쳐도 지금까지 아무도 그렇게 많은 옥수수를 심는 형제는 없다. 집에서 키우는 돼지는 먹기 위해 키우기보다는 부족의 삶과 긴밀한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한 일들을 위하여 키워진다. 여자를 살 때, 신생아가 태어날 때, 자녀의 머리 값을 여자 가족에게 지불할 때,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할 때, 부족간의 전쟁 후 화해를 할 때, 자녀가 첫 월경을 할 때, 딸이 결혼할 때, 아들이 여자를 살 때, 사람이 죽을 때, 죽은 영혼과 헤어지는 의식을 할 때 등등 돼지는 삶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멧돼지를 통해서 단백질을 공급 받기를 원한다.

예배 후 멧돼지를 잡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하였던 제자들은 자신이 기도한 것을 잊어버리고 화살촉이 3가닥으로 되어 있는 새를 잡는 화살만을 들고 정글 속으로 내려갔다. 제자들이 모든 것을 잊고 언제나 평소의 생각과 경험대로 정글에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 역시 기도 내용과는 달리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제자들이 돼지 잡는 강한 화살을 두고 새를 잡는 약한 화살을 가져간 것 같이, 나도 온전한 믿음에서 기도한 적이 없다. 때로는 간절하고 고난 가운데 하였던 기도였지만 고난이 지나면 육신의 생각으로 돌아온다.

정글로 내려간 제자들은 정글 속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새끼돼지 두 마리를 동시에 발견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다급하게 새를 잡는 화살을 걸고 활을 쏘았다. “꽤-액”하는 돼지 목소리를 듣고 직감적으로 멧돼지가 화살에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새를 잡는 화살에 새끼 멧돼지 한 마리가 눈에 명중하여 죽어있었다.

배가 고픈 형제들은 잡은 새끼 멧돼지를 익혀먹기 위하여 바쁜 손을 움직였다. 아직 원시적인 방법으로 불을 피우는데 마른 잎을 깔고 위에 마른 나무를 놓고 발로 누른 후 대나무 껍질을 나무에 걸고 위아래로 문질러 연기가 나고 작은 불씨가 생기면 두 손으로 잡고 잎으로 바람을 후후 불어 불을 피운다. 큰 장작불을 피운 후 그 위에 돌을 여러 개 올려놓고 돌이 뜨거워지기를 기다린다. 돌이 뜨거워 갈라지는 소리가 나자 흙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돌을 넣고 야자수 잎으로 깔고 돼지를 올려놓고 그리고 다시 야자수 잎으로 덮고 작은 틈으로 물을 붓는다. 그리고 흙으로 김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덮어 놓고 1∼2시간을 기다린다. 이렇게 무무라고 부르는 방법으로 돼지를 익힌 후 배고픈 형제들이 먹으려고 둘러 앉았다.

그런데 이네라는 제자가 말하기를 “우리 기도하고 먹자!”고 제안하였다. 예배 때 이외는 기도를 잘하지 않는 형제들이지만 갑작스러운 제안에 머리를 숙이며 모두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예전에 한번도 학교를 통해서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글을 읽거나 쓸 줄도 모르며 이전에 한번도 복음을 들어 본 적도 없던 형제들, 누구에게도 기도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배워 본 적도 없는 형제들의 기도가 이 죄인의 기도와 다르다는 것이다.

“높은 데 계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가 아침에 기도할 때 함께 하신 것을 감사합니다. 멧돼지를 보내셔서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우리가 고기를 먹고 싶어 한다는 것을 다 아시고 돼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할 때 들으시고 우리에게 돼지를 보내 주셨는데 우리는 잊고 새를 잡는 화살을 들고 온 것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하나님 믿지 못한 것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기름과 고기를 먹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아멘.”

부족 형제들의 기도는 놀랍게도 지금 당장 배가 고파서 먹어야 하는 돼지고기, 즉 선물(gift)에만 감사하는 기도가 아니라 함께 하시며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 즉 응답하시는 분(the giver)에 찬양하고 감사하며 죄의 용서를 바라는 기도를 먼저 한다는 것이다. 부족형제들의 기도는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기도였다. 제자들의 기도를 들으며 나의 기도가 얼마나 나 중심적이며 잘못되었음을 알게 하셨다. 응답하셔도 응답하시는 분(giver)에는 관심이 없고 언제나 응답 받은 것(gift)에만 관심이 있었고 주신 선물에만 감사가 있었다.

응답하지 않으시는 오래 참으심, 응답하지 않으시는 긍휼, 응답하시지 않으시는 은혜가 없다면 이 죄인은 기복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교만해지고 자만하여 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침묵하시는 하나님과의 만남은 하나님이 죄인을 사랑하시는 최상의 표현이며 믿음의 확신이며 감격이며 축복이며 성도의 믿음의 꽃이다. 나의 필요(need)가 하나님이 원(want)하시는 것이 되기를 기도한다. 아멘.

● 문성 선교사

문성(60) 선교사는 아내 이민아 선교사와 함께 20년째 파푸아뉴기니 선교를 하고 있다. 지병 박리성대동맥류 때문에 인공동맥을 차고 있다. 선교지 코라 부족은 식인을 할 정도로 원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