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선이] 감사와 기쁨

입력 2012-05-16 18:34


얼마 전 방송에서 음악인 박진영씨가 출연하여 얘기하는 것을 보며 새삼 ‘감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모든 일이 잘 될 때, 문득 이 일들이 내 노력으로만 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보이지 않는 도움의 힘을 느끼게 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는 대목에서는 순수한 소년의 마음이 느껴졌다. 평화와 기쁨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몇 년 전 내 마음을 두드렸던 구절이 떠올라 나 역시 다시 “감사합니다”를 되풀이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교회에 다니기도 전에, 성경을 읽어보기도 전에 액자나 족자 등에서 많이 봤던 구절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잘 알고 있는 말씀이라고 여기던 이 말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자각이 든 순간, 이 말씀을 곱씹어 보았다. 그러자 속에서 질문들이 올라왔다. ‘어떻게 항상 기뻐할 수 있지? 속상한 일, 기분 나쁜 일, 화나는 일들이 생길 때도 기뻐하라는 건가? 쉬지 않고 기도하기는커녕 하루에 한 시간도 못 하고 사는데? 모든 일에 감사하라면 불행한 일, 안 좋은 일에도?’ 익숙하다보니 알고 있는 줄로 착각했던 거였지, 실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나가는 교회에서는 새해가 시작될 때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묵상할 요절 말씀을 정하고 다음 해에 어떤 깨달음이 있었는지, 신앙의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발표하며 은혜를 나누는 일을 해오고 있다. 나는 이 말씀을 정해서 충분히 마음 판에 새기고 내 속에서 살아 있는 말씀이 되기를 기도하며 묵상했던 적이 있다.

묵상할수록 참 쉽고 익숙한 말씀이지만 얼마나 어려운 말씀인지 절감했다, 이 말씀이 마음속에서 생명력 있는 말씀으로 거하게 될 때 장성한 믿음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 기간 동안 도달하기 힘들 것 같은 영적 수준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작은 깨달음들을 주시며 한 걸음 나아가게 해주셨다.

‘항상’ 기뻐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을 이기신 최후 승리의 주님이 내 안에 계시고, 모든 삶 속에 동행하심을 확신하고 살 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지 않고 기도하는 것’은 내 생각의 주파수를 늘 하나님께 맞춰놓고 사는 것이며, ‘범사에 감사’할 수 있는 것도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해주신 놀라운 은혜를 알 때, 이 세상 살면서 겪게 되는 어떤 일도 나를 연단하여 성장하게 하시며 결국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것을 확신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이 없이는 한 순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전적으로 나를 맡길 때 더 이상 이러저러한 문제를 안고 끙끙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내가 괴로워하고 우울해하고 번민하는 것은 아직도 내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반증일 뿐이라는 자각을 하게 되자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5월은 감사의 달이기도 하다. 내가 과연 얼마나 감사를 느끼며 표현하며 생활하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 본다. 더욱 기쁨과 감사로 가득찬 삶이 되기를 소망하며.

박선이(해와나무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