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리스 부도 위기에 철저히 대비하라
입력 2012-05-16 18:37
그리스에서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가시화되면서 부도 위기가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지난 14일 하루 동안 그리스 금융권에서 7억 유로(1조373억원)가 인출됐다고 보도했다. 예금 인출 규모가 커지고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그리스 중앙은행이 국가 금융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할 정도다.
문제는 3당인 급진좌파연합인 ‘시르자’가 구제금융과 긴축재정에 반대하며 연정 구성에 동의하지 않는 점이다. 내달로 예상된 재총선에서 시르자가 1당이 될 경우 그리스 앞날은 예측할 수 없게 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처음으로 그리스의 ‘질서 있는 탈유로’를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막대한 비용과 엄청난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긴박한 시점에 프랑수아 올랑드 신임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5일 정상회담을 열고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주문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리스 정치권은 전 세계를 상대로 위험한 도박에 나서지 말고, 유럽연합(EU)과 협력해 파국을 막아야 한다.
그리스의 부도 위기는 국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증시가 급락했고, 각국 부도위험이 급등했다. 전날 1900선이 무너진 코스피지수는 16일 1840.53으로 추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165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1조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은 이달 들어 2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스페인 이탈리아로 위기가 확산되면 세계 금융시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비상전략을 세워야 한다. 신용경색 방지, 외화유동성 확보,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 등 다각도의 대응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주식시장에서 유럽계 자금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이 외국인들의 현금인출기가 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