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파업 해고자를 본부장에 앉히는 인사
입력 2012-05-16 18:35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에 불법파업을 주도하다 해고된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 출신 석치순씨가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기술본부장은 전동차·철도·토목 등 지하철 기술 분야 총책임을 지는 전문 기술자가 맡는 자리로 대개 20여년의 경력을 필요로 한다. 석씨는 서울지하철공사에 입사한 뒤 노조활동을 하느라 실제로 기술 분야에서 일한 경력은 11년 정도라고 한다.
석씨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선거대책본부 노동특별위원장을 맡아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형식상으로는 석씨도 서울도시철도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서울시와 공사, 시의회가 각각 2명·2명·3명씩 추천한 인사 7명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돼 있지만 이번에는 서울시가 공사 몫까지 권한을 행사해 4명을 추천했다는 사실이다.
시의회가 추천한 인사 3명은 추천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서울시가 추천한 4명이 석씨를 지지해 기술본부장에 오르게 됐다. 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박 시장을 찾아갔지만 “사람을 잘 다루는 것도 능력”이라는 답만 들었다고 한다. 시민의 안전이 걸린 중요한 자리에 자신의 선거 참모를 앉힌 박시장의 의중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서울의 동서와 남북을 연결하는 5·6·7·8호선을 관할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48개역에 총 연장 길이 152㎞, 하루 승·하차 인원만 335만 명인 국내 최대 도시철도 운영기관이다. 지하철 시설노후화로 중장기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기술직 경험이 일천한 석씨를 앉히려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박 시장의 보은인사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선거를 도운 참모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때도 경력과 이력에 합당한 자리를 주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법 노조활동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해고된 인사에게 서울시민의 안전을 맡긴다면 어느 시민이 잘된 인사라고 칭찬하겠는가. 박 시장과 공사 측은 석씨가 정말 합당한 인물인지 다시 한번 검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