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섬김을 회복하자] ② 경남 창원 한빛교회의 지역 봉사
입력 2012-05-16 21:03
교회 사랑의 텃밭에 이웃들의 웃음꽃이 활짝 폈다
“가는 세울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얼씨구!”
지난 10일 오전 10시. 경남 창원 한빛교회 2∼3층 예배당은 500여명의 어르신들로 만석이었다. 거룩한 찬양이 울려 퍼지던 공간이 ‘봄날은 간다’ ‘난 정말 몰랐었네’와 같은 트로트로 무르익었다.
“자, 어르신들 저번 주 배운 박수 한번 복습해 볼까요? 지글지글 짝짝, 보글보글 짝짝, 지글 짝, 보글 짝 지글보글 짝짝.” “아이구야∼ 하하하하.” 노래강사의 지시에 따라 함께 웃고 즐기는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동연배 소년·소녀 같았다.
◇문턱이 낮아 누구나 찾는 교회=교회가 매주 목요일 운영중인 노인대학은 1993년부터 시작됐다. 2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해외 야외학습, 민요교실, 생신잔치, 중풍예방교실 등으로 정성스럽게 모시다보니 지자체가 운영중인 노인복지관보다 인기가 많다. 점심식사 제공 후 오후엔 한글반 영어반 시문학반 요가반 노래교실 등이 운영된다. 4학기 2년 코스인데 수업 전 부교역자가 나와 짤막하게 설교를 한다.
노인대학에 출석한지 9년째라는 조용란(75·여)씨는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하고 선생님들이 너무 잘 해주다보니 시내버스를 타고 50분 거리지만 한번도 빠지지 않고 온다”고 말했다. 조씨는 “절에 다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다해 보살펴 주시니 때론 교회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동엽(73·여)씨는 6년전 부터 출석한 노인대학 때문에 4년 전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최씨는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나니 집에서 할일이 없는데 노인대학에서 글도 쓰고 작품을 모아 책도 냈다”고 자랑했다.
◇지역사회의 간절한 요구에 응답=한빛교회의 자랑거리는 정신지체 장애아동을 위해 매주일 ‘늘푸른교실’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사실 정신지체 장애아동의 부모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교회가 주일만큼이라도 양육에서 해방시켜 주자는 취지에서 2003년 시작됐다. 현재 45명의 장애아동을 60명의 교사들이 맡는다. 지난 10년간 연인원 330명이 이곳을 이용했다.
늘푸른교실을 담당하는 신기오(51) 안수집사는 “한 아이의 엄마는 양육의 고통에서 잠시 해방되고 싶어 지난 2년간 장애아동을 맡겼는데 부모 프로그램에 참석하면서 지친 자신이 오히려 회복돼 예수를 믿게 됐다는 간증을 한 적도 있다”면서 “아동의 상태가 호전되다보니 주중에도 보호센터를 운영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노인뿐만 아니라 어린이 사역에도 파고들었다. 2005년 방 3개 다락방 1개가 있는 70㎡의 사택을 개조해 6560권의 장서를 보유한 ‘한빛 어린이도서관’을 개관했다. 회원수만 1200명인데 독서캠프와 독서, 한자, 수학교실도 운영한다. 매달 50∼60권의 신간도서를 보충하는데 16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달라붙는다.
박원님(49·여) 집사는 “기존 공공도서관은 아이들을 제지하기 바쁜데 우리는 마음껏 뒹굴며 책과 친근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놨다”면서 “가정집 같은 도서관에서 1박2일 코스로 독서캠프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집사는 “교회가 정말 지역사회를 위해 퍼주는 일을 많이 한다”면서 “처음 교회에 등록한 분들이 왔을 때 어린이 도서관을 보고 많이 놀란다”고 귀띔했다.
◇복지재단을 중심으로 체계적 섬김=교회가 펼치는 모든 사역은 한빛복지재단을 거친다. 2002년 설립된 재단은 윤희구 목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성도들의 헌금과 지자체 지원금, 시설이용료 등으로 교회가 펼치는 사회복지에만 약 3억원을 집행한다. 재단에 소속된 한빛노인복지센터는 교회의 봉사차원을 넘어 아예 전문적인 노인주간보호 서비스를 펼친다. 유치원처럼 치매노인을 맡기는 이곳엔 15명의 치매환자가 이용하는데 상태가 호전되는 사례가 많아 대기자가 줄을 서고 있다.
노인대학과 노인복지센터를 총괄하고 있는 제운(61·여) 권사는 “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로 성장했으니,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많은 성도들이 이웃과 삶을 나누면서 대단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