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구리시 유승원군, 만 10세 최연소 고졸 검정고시 합격
입력 2012-05-15 19:34
만 10세 어린이가 2012년도 1회 고졸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해 종전 13세이던 최연소 기록을 깼다. 경기도 구리시 유승원군이 그 주인공.
2001년 8월생인 유군은 지난해 5월 만 9세로 중입 검정고시를, 3개월 뒤 고입 검정고시를 각각 통과하고, 대학입시를 위한 마지막 문턱도 15일 가뿐히 넘었다. 하지만 유군이 온전한 ‘대학입학’ 자격을 얻은 것은 아니다. 연령제한에 걸려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유군은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탓에 조부모와 외조부모가 살고 계신 충북 옥천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을 다녔다. 이후 구리로 이사해 개인적 사정으로 4학년 1학기에 초등학교를 그만뒀다. ‘취학 유예’ 신세였던 유군은 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어 옥천에서 중입 검정고시를 치르려다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응시연령 제한에 걸린 것이다.
유군의 어머니 육모(45)씨는 ‘오랫동안 공부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들의 걸림돌을 치우기 위해 대전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어렵사리 ‘응시자격’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4월에는 “중입 검정고시만 만 12세로 연령을 제한하는 규정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에서 승소한 육씨 모자는 오는 24일 2심 판결을 앞두고 이번 합격소식을 들은 것이다.
유군 가족은 검정고시와 유난히 인연이 깊다. 유군의 누나(18)는 대학원 2학년으로 역시 초등학교만 졸업했을 뿐 2008년과 2009년 만 14∼15세 때 독학으로 고입·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했다. 유군은 2심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이겨야만 그동안 치른 3개 검정고시 합격을 합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대학진학의 꿈도 키울 수 있다.
수학과 과학 과목에 뛰어난 유군은 “그동안 과학자를 꿈꿔 왔지만 병으로 수척한 할아버지를 고쳐드리기 위해 의사가 되기로 장래희망을 바꿨다”며 “학원 수업이나 과외는 받지 않았고 검정고시 선배인 누나가 충실한 ‘가정교사’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어머니 육씨는 “변호사 4명에 맞선 법정싸움이 힘들다”며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을 무조건 비뚤게만 보는 우리사회의 시각이 바로잡혔으면 한다”고 밝혔다.
구리=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