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진화한다’ 책 펴낸 권율씨 방한… “강박증에 시달린 어린시절 얘기 많은 이들이 공감”

입력 2012-05-15 19:32


“부모님은 권율 장군을 연상하면서 제 이름을 율이라고 지었을 것입니다. 제 미들네임도 장군 출신인 줄리어스 시저에서 따온 줄리어스이지요. 하지만 장군이 되지는 못했으니 실망하셨을 겁니다(웃음).”

미국 C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서바이버’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우승자이자 예일대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 권율(37)씨가 에세이집 ‘나는 매일 진화한다’(중앙북스) 출간에 맞춰 방한, 15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를 거쳐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소비자보호국 부국장을 지낸 그는 간담회의 대부분을 성공담이 아니라 공황장애와 강박증을 앓았던 어린 시절 얘기에 할애했다. “어렸을 땐 하루에 20번 이상 손을 씻어야 하는 강박증으로 인해 손에서 피가 날 정도였어요. 공황장애로 인해 누가 쳐다보기만 해도 땀을 줄줄 흘렸고, 남들 앞에서는 말도 못할 만큼 정서적으로 불안한 시절을 보냈지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두려움’이라고 말한 그는 “두려움이 내 인생 전반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서바이버에서 우승한 뒤 100여 차례의 강연에서 만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뜨거운 공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지요. 제 이야기가 그들에게 어떤 역할 모델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부모를 더 신뢰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야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에서 아시아적인 육아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과 관련, 그는 “절제를 강조하는 아시아적인 육아방법이 미국식 육아방법에 비해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양자 사이의 좋은 요소를 혼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임명직 공직에서 꿈을 펼쳐 보이고 싶고 언젠가 한국계 미국인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비서실장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각 지역에 분포돼 있는 한인 커뮤니티끼리 소통이 잘 안되고 있어요. 그래서 이를 한데 묶을 수 있는 커뮤니티에 관한 브리핑을 다음 달 백악관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2006년 미국 주간지 ‘피플 매거진’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되기도 한 그는 현재 CNN, LinkAsia, PBS의 앵커로 활동하며 미국 내 아시아계의 역량 강화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