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 녹조 범벅… ‘파래’ 날리다

입력 2012-05-15 19:17


13일 새벽 인천 소래포구에서 팔미도 앞바다로 조업을 나갔던 한경렬 선장이 2.9t급 은하호에 싣고 온 것은 꽃게 10마리와 광어 2마리뿐이었다. 지난해까지는 이맘때 하루 수백㎏씩 잡히던 꽃게와 광어 대신 파래만 가득했다. 녹조류로 뒤덮인 그물은 망가지고 고기는 못 잡는 상태가 며칠째 계속됐다. 어민과 환경단체는 지난해 10월부터 가동된 시화조력발전소를 의심하고 있다.

15일 소래포구 어민들과 인천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시화조력발전소 인근 인천 앞바다에 10여일 전부터 녹조류가 발생해 송도 앞바다는 물론 팔미도, 영흥도, 선재도 해역으로 넓게 퍼졌다. 시화조력발전소 앞 해역에는 녹조류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송도 LNG 인수기지 앞은 녹조류로 가득 차 배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다.

확인된 녹조류는 김처럼 넓고 길게 생긴 파래류와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긴 파래류 2가지다. 주로 민물이 섞이는 바닷가에 자라는 녹조류로 보이지만 아직 정확한 종류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조력발전소가 가동되면 시화호 바닥에 쌓인 오염된 퇴적물이 바다로 유입돼 해양수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지만 퇴적물 준설 없이 공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발전소 가동 직후 용존산소 부족으로 숭어 1만여 마리가 폐사했고, 해마다 여름이 되면 유독성 보름달물해파리 250억 마리를 쏟아내는 등 시화호 방조제로 주민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 강화도와 영종도를 잇는 인천만조력발전소가 건립되면 어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녹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앞바다는 조업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업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수자원공사는 조력발전소 가동에 따른 해양생태계 훼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인천만조력발전소 사전환경성검토를 진행한 인하대 최중기 교수는 “조력발전소 방조제 건립으로 부영양화가 심해져 녹조, 적조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수질총량제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