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상임위 쪼개기 ‘꼼수’에 혈세 96억 축낼 판

입력 2012-05-15 19:16

여야가 19대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를 잘게 쪼개 대폭 늘릴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는 현재 18개인 상임위원회(상설특위 2개 포함)를 최대 26개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상임위 하나를 신설하면 위원장 활동 경비를 비롯해 회의·시찰 경비 등으로 4년 동안 12억원 안팎의 예산이 들어간다. 국회가 개원도 하기 전에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발상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2개 이상 정부 부처를 관할하는 상임위를 모두 둘로 나누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두 당은 우선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등을 쪼개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날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를 각각 나누는 방안을 새누리당에 제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21세기 문화·예술·체육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방송통신위가 합쳐지면서 문방위가 미래지향적 논의를 못하고 싸우기만 했다”며 “19대 국회에서는 문방위를 문화체육관광위와 방송통신위로 구분, 위원회를 분리·신설하는 방안을 여당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무위에 대해서도 “경제민주화와 직결된 상임위지만 소관 부처가 많아 담당 업무가 많은 만큼, 비경제 부문을 덜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방재정 문제가 심각해 이대로 놔두면 몇 년 사이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며 “지방재정 관련 상설특위와 남북관계특위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한두 상임위만 떼어놓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따져 보고 논의해봐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국회에서는 대선 이후 정부 조직 개편과 맞물려 해양수산위원회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양당 주장을 다 받아들일 경우 상임위가 8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 예산 96억원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얘기다.

상임위 쪼개기 구상은 위원장직 배분을 놓고 여야가 맞장구를 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여야는 4·11 총선으로 달라진 의석분포와 12월 대선을 앞두고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샅바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임위를 늘려 위원장 자리를 서로 나눠 갖겠다는 ‘꼼수’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18대 국회에서는 18개 상임위 가운데 새누리당이 11개, 민주당 6개, 자유선진당이 1개씩 위원장 자리를 맡았었다. 두 당은 이번 주에 김기현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사위와 문방위, 복지위 등 세 곳 위원장을 서로 맡겠다며 힘겨루기를 할 태세다.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정치권이 어느 범위까지 ‘밥그릇 늘리기’를 할지 주목된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