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경제위해 민주 희생 안돼”-수치 “정의·번영 같이가야”

입력 2012-05-15 19:16

미얀마를 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미얀마의 민주화를 이끈 아웅산 수치 여사와 단독면담을 갖고 “수치 여사가 꿈꾸는 그런 미얀마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현지시각) 양곤의 한 호텔에서 수치 여사와 45분간 면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미얀마 국민이 다 행복해질 수 있도록 앞으로 큰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1년간의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뒤 지난 4월 선거에서 야당을 이끌고 당선된 수치 여사를 만나기 위해 이날 오전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1시간10분가량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수치 여사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가운데 “(면담에서) 경제를 살리자고 민주주의가 희생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교육을 통해 성장한 우리나라 사례를 수치 여사에게 상세히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수치 여사는 이 대통령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그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양국이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의 어린 세대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서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정의와 자유, 그리고 번영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고 둘이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치 여사는 또 “이 대통령이 미얀마의 실상을 이해한 것에 크게 고무됐고, 우리에게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면담 후 아웅산 국립묘지를 전격 방문했다. 미얀마 독립의 ‘영웅’ 아웅산 장군의 묘비가 있는 계단을 직접 올라가 ‘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적힌 조화를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곳은 북한이 1983년 10월 9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미얀마(당시 버마) 공식 방문을 노리고 폭탄 테러를 자행한 역사의 현장이다.

이 대통령은 “미얀마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국빈으로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아웅산 묘지를 찾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여기는 우리나라 고위 관료 17명이 희생된, 20세기 역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던 곳”이라며 “(당시 희생된 사람들의) 유족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이런 역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네피도 대통령궁에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2010년 3월부터 불법 입국 혐의로 5년 형을 선고받고 미얀마에 복역 중인 남성 탈북자 1명을 수일 내 한국에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또 미얀마에 대한 유·무상 원조 규모를 현행보다 확대해 나가고 우리의 개발·발전 경험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있는 북한과 국제 규범에 위반되는 거래를 하지 않도록 테인 세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3박4일간의 중국·미얀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