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이상한 과징금 계산법… ‘정유사 담합’ 횟수 줄여주고 매출액 누락
입력 2012-05-15 22:05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들의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을 적발해 부과한 과징금이 담합을 통해 올린 실제 이득보다 턱없이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5일 공정위의 ‘2009∼2011년 공정거래법 위반사건 처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9월 5대 정유사에 ‘원적관리 담합’을 이유로 모두 4326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과징금 산정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정유사들의 과거 법 위반 횟수와 매출액 등을 고의적으로 축소해 405억여원이나 과징금 규모를 줄였다. 원적관리 담합이란 정유사들이 서로 상대방 정유사가 보유한 거래처 주유수를 침범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행위를 뜻한다.
A정유사와 B정유사는 과거에 공정위로부터 5번이나 시정 조치를 받아 과징금 가중치가 적용돼야 했음에도 공정위는 A정유사는 3차례만, B정유사는 4차례만 시정조치를 받은 것으로 계산해 가중 처벌을 피할 수 있게 해줬다. 이로 인해 A정유사는 내야 할 과징금이 202억여원, B정유사는 128억원가량이 각각 줄어들었다. 또 공정위 담당자 2명은 과징금을 매기는 주요 기준인 매출액을 계산할 때도 3개 정유사의 신규 매출액 3486억원을 누락시켜 과징금을 줄여줬다. 감사원 관계자는 “축소된 과징금을 해당 정유사에 모두 부과하고 담당자 등을 징계하라고 공정위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누락사항을 파악해 해당 정유사에 19억원을 재부과했다고 해명했다. 법 위반사항 횟수를 줄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감사원과 판단상의 차이가 있다”며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반발했다.
최현수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