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發 원유대란 막기 비상

입력 2012-05-15 19:07


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위기와 관련, 일본과 함께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하고 유럽연합(EU)에 보험중단을 유예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EU가 오는 7월 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송 선박에 대한 보험 적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우선 지난 주말 기획재정부가 일본 재무부와 협의해 EU 측에 예정된 보험중단을 유예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한 내용은 7월 1일로 예정돼 있는 기한을 더 늘려 달라는 것”이라며 “정유업계가 물량을 확보하는 등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유가 상승 등 원유 대란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식경제부, 재정부, 외교통상부 등 관계부처 공동으로 대책마련에 나섰다. 다음 주엔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지역을 방문해 이란산을 대체할 원유 공급처를 물색할 예정이다.

EU는 대(對)이란 제재의 일환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동시에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 등에 대한 모든 보험 제공도 중단할 예정이다. 보험제공이 중단되면 원유 수송이 불가능해져 사실상 우리나라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없게 된다.

정유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가 다른 중동산 원유에 비해 배럴당 2~3달러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이란산 수입이 중단될 경우 국내 원유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4개 정유업체 중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두 곳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수입량의 10%가량이 이란산이고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8%에서 올해 비중이 다소 줄었다.

두 회사는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당장 장기적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하는데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홍 장관의 중동 방문길에 정유업계 관계자들이 동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는 에쓰오일과 GS칼텍스도 유가 변동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원유 수입은 1~3년 장기 계약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물량을 확보하려면 어려움이 클 것”이라며 “각 나라가 앞다퉈 원유 확보에 나서면 공급가격은 올라갈 게 뻔하다”고 말했다. 주유업계에선 ℓ당 100원 정도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