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혼란스런 50세,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젊은 사회에서 늙는다는 것’
입력 2012-05-15 18:18
젊은 사회에서 늙는다는 것/마르고트 캐스만 지음, 이민수 옮김/작은 책방
이 책은 50세가 돤 사람이 보면 가장 좋다. 50세를 앞둔, 50세를 갓 보낸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 ‘100세 인생’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50세는 인생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시기다. 청춘의 추억이 아직 생생한데 사회는 ‘늙음’으로 가고 있는 자신을 결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러한 때에 돌연 “지금 당신은 중년을 어떻게 보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저자 마르고트 캐스만 목사는 독일에서 큰 존경을 받는 종교인이자 사회운동가이다. 독일 루터교 신학자이자 목사인 그녀는 2009년 여성 최초로 독일 개신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구인 ‘독일개신교협의회’(EKD)의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독일 종교계에서는 일대 사건이었다. 비록 4개월 만에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녀의 영향력은 독일 교계에 남아 있다.
캐스만 목사는 50세가 된 2008년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2009년 출간된 이후에는 2년 여 동안 독일 슈피겔지가 집계하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수많은 독일인들이 그녀가 전하는 ‘유쾌하고 품위 있게 나이 드는 삶’에 대해서 열광했다.
50이 되기 전 그녀의 인생에서는 일대 전기가 찾아왔다. 48세에 갑자기 찾아온 암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리고 49세에 26년여 동안 이어온 결혼 생활을 청산했다. 한 유명 목회자의 중년은 사람들의 갑론을박 속에서 대중적 토론의 주제가 되었다. 책은 이 시기에 쓰여졌다. 그만큼 깊이가 있다.
저자는 ‘감성적인 중년’이라고 말하는 50세는 인생에서 특별한 시기라고 말한다. 자신이 아직 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년으로 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젊은 외모와 삶에 열광하는 사회에서 노인으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50세가 되면서 특별한 위기를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생의 중반에서 너무 늦게 만난 사랑을 슬퍼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자는 심리적인 긴장과 열망, 갈망이 여전히 인생 중반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인생의 반이 지나갔지만 50세 사람들은 ‘아직, 나는 인생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인생의 중반에 느끼는 긴장과 열망을 10가지로 나눠 풀이하고 있다. 소제목만 나열해도 ‘인생 50에 가져야 할 삶의 자세’가 나온다. ‘중심을 찾다’‘몸을 가꾸다’‘변화를 시도하다’‘인생을 경험하다’‘인간관계의 가치를 인식하다’‘자기 자신을 찾다’‘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다’‘두려움을 극복하다’‘죽음을 받아들이다’‘삶의 즐거움을 발견하다’.
한 걸출한 여성 신학자가 체험한 삶의 에스프리와 함께 깊은 신학적 성찰이 들어가 있다. 여성이 읽으면 더 좋겠지만 중년을 지나고 있는 남성들을 독자군에서 제외시킬 필요는 없다.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자신의 중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년이 중년을 생각한다는 것에는 다소간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생의 중반은 우리에게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고,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를 생각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우리가 언젠가 죽어야 한다는 걸 생각할 기회라는 것이다. 그녀는 시편 90장 12절을 인용하면서 이런 사실을 숙고하는 것이야말로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목회자로서 그녀는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크리스천으로서 내가 몇 살이 되었든 나의 인생이 언제나 하나님의 손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년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여전히 우리 모두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것이라는 소리다. 여기에 인생의 답이 있지 않을까?
건국대 독일어문학과 겸임교수로 탁월한 독어권 번역가인 이민수 교수의 번역이 맛깔스럽다. 기독교 출판계에서 독일 등 비 미국권 저작물에서도 한국 독자들이 호응할 훌륭한 기독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바란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