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다시 위기] “그리스 해법 찾아라” 숨가쁜 유럽, 숨죽인 세계

입력 2012-05-16 00:07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취임식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베를린으로 날아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긴급 정상회의를 가졌다. 정치 혼란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는 연정 시도에 안간힘을 썼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도 회의를 갖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올랑드·메르켈, 위기의 유럽 구할까=올랑드와 메르켈 회동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유럽 경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다 유럽연합(EU)의 양대 축인 두 나라 정상 간 의견 차가 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어떤 해법을 도출하느냐에 따라 유럽 경제 안정의 향방이 걸려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메르켈 총리는 긴축 외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올랑드 당선자는 긴축보다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이견만 확인할 경우 또다시 시장에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두 정상이 ‘신 재정협약’ 재협상을 놓고 격론을 펼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한 메르켈은 마냥 긴축만 고집할 수는 없다. 그런 만큼 메르켈이 신 재정협약에 성장촉진 항목을 추가하는 데 동의해 올랑드의 체면을 세워줄 것으로 독일 슈피겔은 전망했다. 또 두 정상은 EU의 투자실무기구인 EIB의 가용자금을 약 100억 유로 늘린 총 600억 유로를 조성해 인프라 투자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메르켈은 올랑드의 체면도 살려주고 신 재정협약을 지켜내면서도 성장 요구를 수용했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리스 연정 구성 실패, 재총선 불가피=그리스가 전날에 이어 15일에도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제3당인 사회당(PASOK)의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당수는 이날 회의를 마친 후 “대화가 합의 없이 끝났다”며 “우리는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할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은 전날에도 재총선을 막기 위해 정당간 대화를 시도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재총선은 다음달 10일이나 17일에 치러진다.

◇EU 재무회의, 그리스 탈퇴는 흑색선전=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일종의 ‘흑색선전’이라며 탈퇴 가능성을 일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단 1초라도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그리스가 탈퇴한다는 것은 난센스이고 흑색선전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융커 의장은 그러나 “그리스는 구제금융과 긴축 프로그램에 합의했고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그리스가 연립 정부를 구성해 구제금융 합의에 서명한다면 구제금융 프로그램 조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