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권재진 법무… 시민단체, 불법사찰 연루 전면수사 촉구-이국철 회장, 명예훼손 혐의 경찰에 고소

입력 2012-05-15 21:58

국무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2009년 국회의원, 공공기관장, 고위공직자 등을 표적·기획 사찰한 정황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찰을 지휘했던 진경락(45·구속) 공직윤리지원관실 총괄기획과장은 1차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증거인멸 지시 ‘윗선’으로 지목하며 처벌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까지 증거인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실 전현직 공직자에 대한 전면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한 지 2개월이 됐지만 청와대 등 ‘윗선’ 수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검찰 인사권을 쥐고 있는 권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9년 새누리당 현기환·정두언 의원과 민주통합당 백원우·이석현 의원 본인 또는 주변 인사들을 뒷조사하는 등 400건이 넘는 불법사찰 자료를 확보해 사실여부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수사팀을 보강할 방침이다.

검찰은 400건 이상의 사찰내용 중 불법혐의가 확인되는 사안은 관련자를 기소할 계획이다. 검찰이 진 전 과장의 여동생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사찰파일에는 ‘따라붙어서 잘라라’ ‘날릴 수 있도록’ 등 특정 공공기관장과 공무원에 대한 표적 사찰을 암시하는 내용과 민간 기업인에 대한 암행사찰 전담 직원을 지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또 진 전 과장의 교도소 수감 당시 접견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초 면회 온 K의원 등에게 “2010년 증거인멸의 진범은 당시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인사들”이라며 “내가 나가면 수석들, 비서관들 모두 손보겠다”고 발언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진 전 과장이 민정수석실과 직접 업무연락을 하지 않았고, 관련 내용을 전해들은 정도여서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당장 권 장관과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수사할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검찰 수사가 윗선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정수석실이 수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라며 “권 장관을 포함한 당시 민정수석실 소속 전현직 공직자들을 소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대통령이나 검찰 수뇌부 때문에 민정수석실 수사를 주저하거나 특검의 몫으로 미룬다면 희대의 사건을 다시 덮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국철(50·구속) SLS그룹 회장은 권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권 장관이 ‘문제가 된 SLS그룹으로부터 박 전 차관이 접대를 받았겠느냐’는 발언으로 자신을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이 회장이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