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혐의 이영두 그린손보 회장 영장 또 기각… 검찰 ‘망신살’

입력 2012-05-15 18:46

이영두 그린손해보험 회장에 대해 검찰이 재청구한 사전구속영장도 법원이 기각해 검찰의 무리한 영장청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주원)는 시세조종(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회장에 대해 재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15일 밝혔다.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박병삼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피의자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은 지난달 19일에도 비슷한 사유로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당시 “사안이 일반적인 주가조작의 경우와 달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가 크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이 기각 사유로 제시한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부족’은 피의자를 구속시킬 만큼 범죄 혐의가 있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 ‘사안이 일반적인 주가조작의 경우와 다르다’고 밝힌 것은 주가조작 혐의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회적인 표현이다. 두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이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만큼 충실한 수사를 하지 못했고, 혐의 적용에도 무리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법원이 1차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100억원가량의 배임 혐의를 추가해 재청구했으나 이 역시 비슷한 이유로 기각됐다.

이에 따라 검찰이 주가조작이란 핵심 쟁점에서 막히자 우회적으로 배임액수를 추가하는 식으로 사유만 갖춰 무리하게 재청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우리가 충분히 소명을 했고 사안이 중한데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며 “당사자들이 사전에 말을 맞추고 증거인멸을 한 정황을 밝혀냈는데 법원은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피의자들은 항상 잡힐 것에 대비해 본능적으로 도주할 준비를 하는데 법원은 온갖 이유를 대면서 도주우려가 없다고 기각해버린다”며 “형사소송법에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월 그린손보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 5개 종목의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이 회장과 김모 상무, 계열사 대표 등 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이 회장 등이 이 과정에서 회사에 4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적발했다.

홍혁의 기자 hyukeu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