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통합진보당] ‘히틀러 유겐트’ 연상케한 ‘이석기 유겐트’
입력 2012-05-15 18:48
지난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회의장에서 ‘민낯’을 드러낸 구(舊)당권파의 폭력행사에는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당 학생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주인공 노릇을 했다. 이들 중에는 당 학생위가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10대 고교생들도 눈에 띄었다.
2000년대 들어 민족해방(NL)계열은 운동권 내부에서 비주류로 전락하자 20대 초반 청년들을 ‘재생산’해 친북 성향 활동가로 집중 양성해왔다. 이들을 향후 진보정당의 중심세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구당권파에게 ‘자주통일 운동의 미래’로 여겨지는 청소년 당원들은 ‘이석기 유겐트(Jugend·청소년을 뜻하는 독일어)’라고 불린다. 이석기 19대 총선 비례대표 당선자가 구당권파와 바로 이들을 매개하며 물질적·정신적 ‘빵’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자신이 경영하는 홍보회사 CNP전략그룹을 통해 청년조직들과 깊은 연관을 맺어왔다. CNP는 10여년 전부터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전신) 선거·홍보 업무를 도맡으며 재력을 키웠다. 민노당이 4년마다 열리는 총선을 통해 많게는 수십억원대의 국고지원금을 받으면, CNP는 선거기획 비용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챙겼다. CNP는 이렇게 번 돈으로 각종 구당권파 관련 청년단체를 육성하거나 후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당선자가 당 학생위원회 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
CNP는 또 대학 총학생회 선거기획 등을 통해 한대련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지난 6년간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이화여대 한국외대용인캠퍼스 경희대국제캠퍼스 등 30여개 대학 총학생회와 거래해왔으며 각 대학 자판기 운영과 소매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설도 나온다. 총학생회 선거기획과 투쟁방향 등의 명목으로 컨설팅해주며 대학생들을 당권파의 이념과 정책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석기 유겐트’의 앞날도 이제 완전히 먹구름이 낀 상태다. 구당권파와 함께 통합진보당으로부터 퇴출당하는 것은 물론, 연일 쏟아지는 국민들의 비난에 한대련 등 각종 조직까지 와해될 지경이기 때문이다. 신당권파 한 핵심 당원은 15일 “이들 청년당원들의 행패는 지난 4일 전국운영위원회부터 중앙위원회까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아무 거리낌 없이 폭언과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이들을 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에서 기승을 부리던 ‘히틀러 유겐트’가 떠오를 정도”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