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는 통합진보당] “완전 물갈이 안하면 진보 다 죽는다”… 벼랑끝 강수

입력 2012-05-16 06:57


통합진보당 신당권파가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와 폭력행위 관련자 등에 대한 출당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들과 갈라서지 않는 한 부정선거나 폭력사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완전한 물갈이 추진?=신당권파는 출당이라는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만 이 문제를 매듭짓고 당이 바로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이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15일 라디오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폭행 가담자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처벌할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두 당선자가 원내에 입성할 경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은 김선동 의원 등 구당권파 인사들이 더 많게 된다. 이렇게 되면 원내 활동은 구당권파가 주도하게 된다. 지금보다 정치적인 힘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출당의 효과는 이들이 끝내 사퇴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무소속으로 만들어 당과 격리시키자는 취지다.

당의 정체성을 위해서 민족해방(NL)계 핵심들을 모두 출당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폭력사태를 야기한 구당권파는 NL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08년 당시 민주노동당은 당내에서 NL계와 민중민주(PD)계가 대립하고 있었다. PD계는 NL계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를 2007년 대선 참패 이유로 꼽았다. 그들의 친북, 종북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지지도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PD계와 국민참여당계가 주축이 된 신당권파는 이번 폭력사태를 계기로 진보진영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종북주의의 주사파, 즉 NL계를 들어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구당권파 반발=비대위 구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구당권파도 강경하다. 그대로 당하고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강 위원장은 “비대위에 구당권파 인사들이 참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당권파 관계자는 “현재 당원(구당권파)들은 비대위를 받을 수 없는 분위기”라며 “비대위를 인정하지도,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바로 일축했다. 비상대책위를 반쪽짜리 기구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들은 중앙위의 비례대표 총사퇴 권고를 ‘비례대표 당선자를 희생양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태는 ‘한 지붕, 두 가족’이 지루하게 벌이는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신·구 당권파 간 싸움이 벌어진 지역도 생겨났다. 광주시당의 두 공동위원장(임택, 윤난실)은 “부실 부정선거와 당 혁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혁신안이 통과되고 비대위가 출범한 만큼 더욱 자성하고 성찰하겠다”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두 위원장은 각각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 출신으로 신당권파다. 또 다른 공동위원장(윤민호)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성명은 개인 자격으로 발표됐다. 윤 위원장은 민노당 출신으로 구당권파이기 때문이다.

◇비대위 구성=비대위는 9명 안팎으로 구성되고, 민병렬 부산시당위원장과 권태홍 전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이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인사로는 방석수 울산시당 부위원장, 이정미 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이홍우 전 민주노총 사무처장 등이 거론된다. 당 외에서는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와 노동계 인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강 위원장은 구 당권파와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16일 비대위 인선을 발표할 방침이어서 비대위 구성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