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 새색시 같네” “당신도 정말 멋져요”… 리마인드웨딩 올린 임영배·정경임 부부
입력 2012-05-15 17:56
“우아! 당신 여전히 예쁜데!” “당신, 정말 멋있어요!”
턱시도를 차려 입은 신랑 임영배(56·전도사)씨와 긴 베일의 웨딩드레스로 단장한 신부 정경임(53·사업)씨.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부부의 멋스런 모습을 본 두 딸 경은(22·취업준비 중) 영은(20·대학 재학 중)씨도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하늘은 높푸르고 햇살이 반짝반짝 빛났던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황재복 웨딩 클래식’에서 임씨 부부는 세 번째 웨딩 촬영을 했다. 한 번도 두 번도 아닌 세 번째라니?
임씨 부부는 1989년 11월 4일 결혼한 23년차 부부. 3년 전 결혼 20주년 때 ‘리마인드 웨딩’을 했었다. 세 번째 하게 된 동기를 묻자 신부화장까지 곱게 한 정씨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그는 “남편이 신학공부를 새로 시작한다고 했을 때 반대를 했고, 지난 1월 전도사가 됐을 때도 축하를 하지 않았는데, 얼마 전 기도 중 마음을 바꾸게 됐다”면서 진정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임씨는 “아내가 마음을 열지 않아 속상했는데 요즘 나보다 더 좋아해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3년 전 리마인드 웨딩을 했을 때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됐고, 서로에 대한 선물로 부부의 날인 21일을 앞두고 세 번째 웨딩 촬영을 하게 된 것.
임씨는 “같은 교회 교우가 소개해 리마인드 웨딩을 했을 때 사진 몇 장 찍었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가족이 더욱 화목해지고, 유대감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너무나 즐거웠다는 정씨는 “처음 결혼할 때의 마음이 떠올랐다”면서 부부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다지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씨는 “서로에게 소홀해진 부부들에게 리마인드 웨딩을 꼭 권하고 싶다”고 했다. 신부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아내의 주름을 보면서 더욱 애틋해지고 잘해줘야지 하는 마음이 들더라는 것.
맏딸 경은씨는 “두 분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빨리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서 나중에 꼭 리마인드 웨딩을 하고 싶다며 얼굴을 붉혔다. 영은씨는 “평소 추레한 모습이었던 엄마가 풀 메이크업을 하니 너무 예뻤다”며 “오늘은 더 아름답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요즘 임씨 부부처럼 리마인드 웨딩을 하는 부부들이 많아지고 있다. 리마인드 웨딩 전문스튜디오 온 스튜디오 조호성 대표는 “외국에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앵콜 웨딩 촬영이 있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이런 이벤트를 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한다. 결혼기념일에 즈음해서 하기도 하지만 자녀와 함께한다는 의미가 강조되면서 가정의 달에 스튜디오를 찾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리마인드 웨딩 전문스튜디오에선 드레스 턱시도 헤어 메이크업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가격은 부부만 할 경우 25만원선부터 가능하고, 가족이 함께할 때는 55만원선 이상이다.
스튜디오가 편하긴 하지만 리마인드 웨딩의 꽃인 드레스가 한정돼 있는 것이 단점. 마음에 꼭 드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은 이들은 결혼식 때처럼 뷰티 숍에서 신부화장과 머리손질을 하고, 웨딩드레스 숍에서 드레스를 빌려 진행하기도 한다.
디자이너 황재복씨는 “리마인드 웨딩 신부들은 노출이 심한 것보다는 우아한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 좋고, 허리 아래부터 살짝 퍼지는 A라인 드레스에 ‘비즈 다트(구슬 절개선)’ 등이 적절히 활용돼 날씬해 보이는 디자인을 골라야 한다”면서 긴 베일을 어깨에 내려뜨리면 팔뚝 살을 자연스럽게 가릴 수 있다고 일러 준다. 턱시도는 체격이 좋고 어깨가 좀 있는 체형이 잘 어울리는데 남성들은 나잇살 덕분에 새신랑 때보다 외려 멋있게 보인다고.
뷰티아트 살롱 라엔뜨레 메이크업팀 류미경 팀장은 “메이크업도 과도한 펄이나 컬러는 나이 들어 보이고 지저분해 보일 수 있으므로 피하고, 자연스럽고 화사한 피부에 또렷한 윤곽을 꾸미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라엔트레 헤어팀 현경아 실장은 머리는 자연스럽게 올리는 업스타일이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어 좋다고 추천했다.
리마인드 웨딩의 경우 대부분 웨딩 촬영만 하지만 호텔 등에서 미니 결혼식을 올리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 홍보실 한미선씨는 “50명쯤 들어가는 소규모홀이나 레스토랑의 야외정원에서 리마인드 웨딩을 하는 커플들이 해마다 10%씩 증가하고 있다”면서 일반 결혼식이 꽃 등 장식을 더 중시하는 반면 리마인드 웨딩은 장식은 최소한으로 하고 식사에 더 신경을 쓴다고 귀띔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