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얀마 과거청산하고 새 관계로

입력 2012-05-15 18:23

이명박 대통령이 미얀마를 전격 방문해 14일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15일에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면담을 가졌다.

29년 만에 이뤄진 우리 정상의 미얀마 국빈 방문은 의미가 작지 않다. 미얀마는 1983년 10월 9일 북한 특수부대원의 폭탄 테러가 자행돼 전두환 당시 대통령 수행단 17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의 현장이다. 이후 우리와는 소원해졌고, 사건 직후 북한과 외교를 단절했던 미얀마 정부가 2007년 외교관계를 복원하면서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그러나 최근 미얀마 군사정권이 민주화와 개혁·개방에 나섬으로써 전기를 맞았다. 국제사회가 앞 다퉈 제재 완화를 고려하고 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시점에 과감한 정상외교를 통해 비극의 과거사를 청산하고 밝은 미래를 지향하려는 발 빠른 노력이 돋보인다.

미얀마는 저개발 빈국에 속하지만 국토면적이 남한의 6배, 인구는 4000만명을 넘는다. 게다가 원유와 천연가스, 희토류를 포함한 천연자원의 부국이어서 잠재력이 풍부한 나라다. 그만큼 양국 경제협력에는 ‘윈-윈’의 여지가 많은 셈이다. 정상회담에서 새마을 운동 시범사업 등을 통해 경제개발 경험을 공유키로 하고 미얀마의 에너지 및 자원 개발, 인프라 건설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은 이런 차원이다.

미얀마와의 협력 증진은 대 북한 외교력 확대라는 차원에서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얀마는 그동안 북한과 핵 부품 및 무기 거래 등의 의혹을 받아왔다. 정상회담에서 테인 대통령이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협력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대북 안보리 결의 1874호의 준수를 약속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 미얀마에서 복역 중인 탈북자를 조속히 한국으로 송환키로 합의한 것도 성과다. 민주화를 지향하는 국가를 지원한다는 국제사회의 명분에 부합하면서도 경제적 이익 증진에다 북한과의 군사협력 차단까지 도모할 수 있는 미얀마와의 외교 강화는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