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등친 ‘천하장사’… 건강식품 사기 前 씨름선수 이준희 영장

입력 2012-05-14 20:23

민속씨름 전 천하장사가 낀 노인 상대 건강식품 사기단 7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농촌 노인들을 상대로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10배 가까이 비싸게 파는 수법으로 약 20억원가량의 부당이익을 챙긴 일당 중 전 천하장사 씨름선수 이준희(55)씨 등 8명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단 총책인 이모(53)씨는 지난 1월 인삼으로 유명한 충남 금산군에 건강기능식품 판매점을 차린 뒤 송모(79·여)씨 등 2000여명에게 ‘M식품’이라는 이름의 원가 2만∼4만원짜리 저가 상품을 33만원에 판매하는 수법으로 지난 3월 말까지 부당하게 모두 7억7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씨름선수 출신의 또 다른 이씨도 같은 수법으로 ‘S건강기능식품’을 유모(74)씨 등 2300명에게 팔아 8억1000여만원을 챙겼다. 모두 6개 조직으로 이뤄진 이들 사기단의 부당이득 규모는 무려 19억여원이고, 피해자들은 5000명에 달하고 있다.

사기단은 전국의 복지관, 경로당, 노인정 등을 돌며 무료관광을 미끼로 노인들을 모집한 뒤 자신들이 운영하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점으로 데려가 혈압·당뇨·관절염 등에 특효가 있다며 상품을 팔아 왔다.

이준희씨는 이 사기단의 속칭 ‘바지사장’ 겸 강사를 맡아 약품의 효능을 과대 선전하는 역할을 했다. 이씨는 1983년 4월 민속씨름이 출범한 이후 이만기, 이봉걸 등과 함께 민속씨름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깔끔한 플레이와 점잖은 태도로 ‘모래판의 신사’로 명성을 날렸다.

경찰은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진=정재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