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경품 당첨”… 여행상품 속여 판 ‘검은 상술’
입력 2012-05-14 19:02
대학생 A씨는 2009년 10월 모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다가 스크래치복권 형태의 여행상품 경품 응모권을 받았다. 긁어보니 제주도 2박3일 숙박 및 렌터카 여행권에 당첨됐다.
A씨는 기쁜 마음에 여행사의 요구대로 제세공과금(취득자가 부담하는 각종 비용) 9만6800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A씨는 원하는 날짜에 이미 예약이 끝나서 이용할 수 없다는 여행사의 답변만 들으면서 수개월 동안 예약을 하지 못했다. 화가 난 A씨는 환급을 요구했지만 환급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30대 회사원 B씨도 영화관에서 응모한 이벤트에 당첨돼 남편 등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꿈꿨지만 역시 원하는 날짜에 예약을 하지 못했다. 환불요청도 거부당한 B씨는 “제세공과금만 날렸고 사기당한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GS칼텍스 주유소, 롯데시네마, 유명 미용실 등에 여행상품 경품 응모권을 배포해 무료인 것처럼 광고한 뒤 적시 이용이나 환급을 거부한 여행사 ㈜레이디투어에 과징금 3200만원과 시정·공표 명령을, ㈜제주티켓에 시정·공표 명령조치를 각각 부과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레이디투어와 제주티켓은 저가의 제주도 여행상품을 기획판매하면서 실제 여행상품 대가임에도 제세공과금만 내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거짓·과장광고를 했다. 또 광고한 당첨자의 수백 배에 달하는 당첨권을 ‘뻥튀기’해서 발행하기도 했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레이디투어는 여행상품 경품당첨자 수가 5260명인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제 당첨되는 복권 수는 237만7000명분으로 451배나 늘렸고, ㈜제주티켓은 광고상의 당첨자 수와 실제 당첨되는 복권 발행량의 차이가 715배나 됐다.
공정위 조사결과 두 회사의 상술에 속아 돈을 입금한 소비자는 4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또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이벤트 당첨상술 관련 상담건수가 2010년 277건에서 지난해 837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나 소비자피해주의보도 발령했다. 올해도 4월말 현재 280건으로 2010년 연간 상담건수를 넘어섰다.
공정위가 발령한 소비자피해주의보의 피해사례는 ‘무료여행권을 유효기간 내 사용할 수 없거나 추가요금 요구’, ‘콘도 및 리조트 무료회원권에 대한 소비자의 청약철회 요구 거부’ 등이 주를 이뤘다.
김정기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업체가 내세우는 제세공과금은 명목상일 뿐 실제 해당 상품의 제공 대가를 내는 것과 차이가 없다”며 소비자들이 여행사의 상술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